이란, 美입국금지 조치에 ‘맞불’…“모욕적인 처사”
100만명 미·이란 이중국적자 혼란

“내 동생은 뉴욕대에서 박사학위 중인 학생인데도 테헤란 집에 왔다가 미국행 비행기표가 취소돼 어쩔 줄 모르고 있어요”

테헤란 시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이렇게 하소연했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에 갈 수 없는 ‘테러 위험국’으로 지정돼 최소 90일간 미국으로 갈 수 없게 됐다.

테헤란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 이중국적자와 미국 내 유학생이 많은데 3월 새해 연휴(누르즈)에 이란에 왔다가 미국에 돌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과 미국의 이중 국적을 가진 이란계 미국 시민권자는 1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관계자는 “미국 영주권자도 금지 대상인지 미 국무부가 확실하게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이란 국적자에게 미국행 항공권 판매를 중단한 카타르항공은 28일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이들 7개국 국민은 정부 관료와 직계 가족, 미국 영주권자, 국제기구 소속 직원 등 일부에 한해 “미국 여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공지했을 정도다.

테헤란에서 영업하는 세타레바낙 여행사 관계자는 “카타르항공, 터키항공, 루프트한자,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에서 이란인에게 미국행 항공권을 판매하지 말라는 서한이 왔다”며 “예매 고객의 항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미국 비자를 받았어도 항공권을 살 수 없다”며 “미국 여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이란인에겐 표를 팔지만 입국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일반 시민들은 강경한 반미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만큼 적대감은 없었지만 이번 미국의 조치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고조하는 분위기다.

테헤란 시민 알리레자(33) 씨는 “트럼프는 이란인을 모두 테러리스트로 취급하는 것이냐”며 “9·11 테러범의 대부분이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이었는데 왜 사우디는 해당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란 외무부도 미국 정부가 이란을 비롯한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일시 금지한 데 대해 ‘모욕적 처사’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는 28일 낸 긴급 성명에서 “이란은 미국이 이 조처를 스스로 철회하기 전까지 이란인과 무슬림에 대한 모욕적인 결정에 동일하게 대처키로 했다”며 보복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간 미국 국적자에 입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8일 이번 미국의 반이민 정책을 ‘무슬림 금지’라고 칭하면서 “극단주의자들에게 가장 큰 선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과 달리 이란은 퇴행적이지 않다. 미국인이라도 이란 비자를 소지하면 입국할 수 있다”면서 “이란은 미국 국민과 정부의 적대적인 정책을 구분한다”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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