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조 경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파워(power)는 힘, 전기, 제곱이란 뜻이 있다. 파워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힘(권력)과 전기가 지배하니 말이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제곱 법칙’이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로또의 상금이 심각한 제곱법을 따른다. 10억원 넘게 받는 대박 1위에 비해 2등은 겨우 5000만원 정도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는가?

미국 포틀랜드 시의회는 직원과 경영자의 평균임금이 100배 이상 차이나면 영업허가세를 10% 더 내야 한다는 법안을 만들었다. 100배나 차이난다는 것이 바로 제곱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증거이고 이를 법으로라도 막겠다는 것이다.

최근에 미국 여행을 했다. 잠시 뉴욕과 워싱턴DC 지역을 둘러본 것이지만 호기심이 발동하여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으며 주차장의 차를 확인해 보았다. 일제 차가 60%를 훨씬 넘었다. 현대·기아차가 완성차 업체로 한손에 꼽힌다고는 들었지만 미국의 수도를 중심으로 한 거리와 주차장에는 가뭄에 콩 나듯이 보인다. 5%가 안 되는 것 같다. 작년에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만 142만여대나 팔았다는데 그 차들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렇다면 일제차나 유럽산 차는 얼마나 팔렸단 말인가?

제곱의 법을 완화해서 1위 일본차가 50%를 차지하면 2위 유럽차가 나머지의 50%를 차지할 것이다. 3위 미국차가 다시 그 나머지의 50%를 점한다면 남는 시장은 얼마일까? 겨우 10% 정도이다. 이를 두고 모든 나라가 피터지게 싸워야 하는 시장이 바로 피의 바다, 레드 오션이다. 초등학교 운동회에 달리기를 해도, 올림픽의 시상에도 1, 2, 3위까지만 있다. 1, 2, 3위가 싹쓸이를 하는 세상, 제곱법칙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가 나오고 편리한 자율주행차가 나온다. 오래지 않아 날아가는 자동차도 나올지 모르겠다. 이제 자동차는 바퀴달린 컴퓨터라 하고 전장품의 가격이 절반을 넘어섰다. 각종 센서로 각 부품의 정보와 외부정보를 수집해서 즉각적으로 분석해 최적운행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동차는 생활문화 공간이 될 것이다.

신소재에 광통신 장비와 센서가 붙고 사방이 스크린이 되고 음향까지도 쾌적함을 주는 최첨단 인체공학적 생활방편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기반기술로 5세대 통신인 광통신은 3년 후인 2020년부터 상용화된다. 그러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기술과 로봇이 이제 사람의 오감과 판단을 도와주고 일도 거들어 줄 것이다. 이런 먹거리에 한국은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현대차,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제차가 적어도 국산차의 10배는 훨씬 넘는 미국시장에서 도요타 자동차가 최근 미국에 5년간 100억달러를 더 투자하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5년간 3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앨라배마의 공장, 조지아의 공장에 이어 또 다른 공장을 짓거나 기존의 라인을 증설할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일자리를 줄여 미국에다 주는 것임은 분명하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자동차, 한국에 들어왔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품질을 인정을 받았다. 가격대비 성능인 가성비가 높다. 소재부품의 중국산화에 매진하였으니 자국의 소재로 제품을 만들어 팔면 한국은 수입국가로 전락할지 모른다.

대학 선생으로 대학의 애로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한 번도 월급 걱정을 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계속된 정원감축과 등록금 동결로 수입이 반 토막 난 지금, 수지를 맞출 재간이 없다. 가르치고 취업시킬 걱정만 하다가 이제 월급 걱정을 해 본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다투고 3위로 밀려난 일본이 발버둥을 치는데 10위권에도 못 드는 한국이 표류하고 있다니 기가 찬다.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지만 걱정이 태산 같다. 현대차·현대중공업은 2020년 이후 살아남을 대책을 세우는지. 울산의 경기는 안녕할까? 곧 2월로 접어들고 입춘이지만 한겨울이다. 꽃 피고 새 우는 봄은 온다 해도 더디게 올 것 같다. 울산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걱정한다.

조기조 경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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