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조치에 외교관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이러한 반발 움직임에 “행정명령을 따르든지 나가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백악관과 국무부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BC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미 외교관 등은 행정명령에 대한 반대 입장을 연판장을 회람하고 있으며, 국무부에 정식으로 ‘반대 문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초안 상태로 지난 주말 회람이 시작된 이 반대 문서에 서명한 외교관들은 현재 100명을 넘어섰다. 이례적으로 많은 인원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싱턴 국무부 본부 직원부터 재외공관 주재 외교관까지 중·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당국자를 인용해 수백 명 이상의 외교관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으며, 문서가 이르면 30일 국무부에 정식 제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외교관들이 회람한 ‘반대 메모’ 초안은 이번 행정명령이 비(非) 미국적이며, 미국 내 테러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한 노력을 마비시킬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안은 또 “외국 테러리스트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할 것이라는 행정명령의 목적은 달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입국이 금지된 예멘과 이란 등 7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이슬람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다.

초안은 “동맹을 따돌림으로써 미 정부는 소중한 정보와 대테러 자원에 대한 접근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번 행정명령은 테러리즘에 대한 잘못된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미 본토에서 자행된 대다수 테러 공격은 최근 이민자가 아닌,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생한 미국 시민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관들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미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호의가 약화하면서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일본계 미국인을 억류한 미 역사상 최악의 시절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정명령이 “공무원으로서 우리가 수호하기로 맹세한 미국의 핵심가치와 헌법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외교관들이 회람 후 이런 내용을 담은 ‘반대 문서’를 국무부에 전달하려는 움직임과는 별도로 이미 주이라크 미국대사관은 지난 주말 국무부에 별도의 메모를 전달했다고 WSJ이 보도했다.

주이라크 대사관은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군사적, 정치적, 사업적 유대 관계를 뒤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국무부의 집단 반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 등 주무부처들과 교감 없이 정책을 결정했다는 관측을 낳는다.

실제로 국무부와 법무부, 국토안전부 등은 행정명령이 공식 발표되기 전까지 이번 조치를 알지 못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외교관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에 백악관은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외교관들은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행정명령에 따르든지, 나가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반발 외교관들을 “직업 관료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이번 조치는 미국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외교관들은) 미국 국민의 욕구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수호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은 소속 직원들의 집단 움직임에 대해 “반대 문서 제출은 국무부 직원들이 정책에 대해 다른 시각과 관점을 전달하기 위해 전부터 있었던 공식 수단”이라고 논평했다.

실제로 ‘반대 채널’(Dissent channel)로 불리는 이 방식은 베트남전 당시 도입됐으며, 최근에는 지난해 6월 51명의 외교관들이 오바마 정부의 시리아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통로로 사용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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