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정권 핵심 목격자…선동용 통계조작 논란에 “타자만 쳤을 뿐”

나치 정권의 핵심 지도자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마지막 생존자가 세상을 떠났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최측근인 요제프 괴벨스 선전장관의 여비서 브룬힐데 폼젤이 지난 27일 사망했다.

올해 106세인 폼젤은 독일 뮌헨에서 잠을 자던 중에 숨을 거뒀다고 그의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밝혔다.

폼젤은 나치의 핵심 권력집단에서 활동한 인사 가운데 최근까지 생존해 역사학자나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큰 관심을 지니던 인물이다.

그는 괴벨스와 그의 아내 마그다가 자녀 6명을 독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1945년 5월 1일까지 3년 동안 괴벨스의 비서로 활동했다.

폼젤은 영국에서 올해 개봉될 다큐멘터리에서 “세계에 한 일이나 죄 없는 자기 자식들을 살해한 사실 때문에 괴벨스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품젤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그간 그의 태도를 고려할 때 의외라는 평가도 많다.

폼젤은 그간 나치 정권의 부역자라는 비판을 완강히 부인해왔다.

괴벨스의 비서로서 그가 맡은 업무 중 하나는 조직적인 통계조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행정 잡무도 했지만, 전쟁에서 숨진 독일 병사들의 수를 줄이고 러시아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독일 여성의 수를 늘리는 일에 가담했다.

그러나 폼젤은 “나는 괴벨스의 사무실에서 타자기를 두드렸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괴벨스를 위해 일한 것은 어리석었지만 자기 타자가 무척 빨랐고 보수도 많이 받았다고 나치 정권 시절 자신의 업무를 한정했다.

폼젤은 자신이 대다수 다른 독일인처럼 나치 정권에 저항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가디언 인터뷰에서 나치 정권과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자신의 시각으로 회고한 적이 있었다.

폼젤은 “요즘 사람들이 자신들이 과거에 살았다면 나치 정권에 저항했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그런 말이 진심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사람들 대다수가 과거로 떨어진다면 실제로 나치에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치가 발호한 뒤에 나라 전체가 모종의 주문에 걸린 것 같았다”며 “내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에 비난을 받을 수 있겠으나 젊은이가 이상주의를 품었다가 그대로 골로 가는 수가 있었다는 게 엄연한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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