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감염병의 원인은 바이러스
손씻기 등 개인위생만 잘지켜도
병원균의 80%이상 없앨 수 있어

▲ 손덕현 이손요양병원장

‘AI’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알려졌고, 지금 유행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의 약자도 AI(Avian Influenza)이다.

1518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천연두, 1918년 세계 인구의 20%를 감염시키며 5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 여전히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질병으로 남아있는 에이즈, 높은 치사율을 보이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인플루엔자, 사스, 메르스, 그리고 작년 연말에 시작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조류독감 등 이들 감염병의 원인은 바이러스다. 19세기 바이러스의 존재가 처음 발견된 이후 의학과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구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인 바이러스는 아직까지 인류 최대의 적으로 남아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99.9% 이상은 우리 인간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서식한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많이 존재하지만 모두 나쁜 바이러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감염되더라도 병을 일으키지 않는 바이러스들도 있고, 적당히 몸속에 들어와서 면역체계를 자극시켜 우리 몸에 항체 같은 면역물질을 만들어내는 착한 바이러스도 많다.

왜 신종 바이러스는 자꾸 생겨나는 것일까. 인간 집단의 팽창, 자연 서식지 침범, 인간과 야생동물의 국가 간 이동과 뒤섞임, 자연 서식지와 생태계 교란, 산림 파괴, 농산물 생산 증대, 가축과 야생동물의 동시 사육, 야생동물 종 또는 야생병원체의 지역 간 이동, 지구적 기후 변화, 날씨 패턴 변화,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에 따른 저항성 등이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류독감이 야생조류에서 가금류를 통해 각각 사람에게 전파된 것처럼 인간이 자연영역을 침범해 생태계를 파괴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결코 바이러스를 정복할 수 없을까? 의학과 분자유전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치료제가 나오고 발병을 막는 백신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와 인수공통 감염병을 유발하는 동물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감염병의 잠재성을 가진 병원체들이 야생동물 세계에 엄청나게 많으며, 현재까지 인수공통 감염병을 유발하는 동물바이러스는 불과 1% 정도만 밝혀져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존재 자체를 몰라 대처 자체가 불가능한 바이러스가 지구상에 깔려있다, 인류가 감염병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의 출현은 돌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신종 감염병 탐지와 출현 예측기술의 발달, 의학적 대응기술의 발달 등 신종 감염병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종 감염병 출현과 유행에 대해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 무관심과 공포심에서 벗어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우리를 지킬 수 있다.

마스크 착용만 해도 그렇다. 독감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물방울 속에 다량의 바이러스가 들어있다. 마스크로 감염자 자신과 상대를 보호할 수 있다. 사소하지만 손씻기도 중요하다. 우리는 바깥생활에서 많은 사람을 접촉하고 많은 공용의 시설을 이용한다. 남들이 만진 곳을 만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손이 우리의 입과 코를 만지면 병균이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손 씻기 등 개인위생만 제대로 지켜도 손에 묻은 병원균의 80% 이상이 제거된다.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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