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광 남목고 학생안전부장 교사

2017년 1월12일자 연합뉴스에 의미심장한 기사가 하나 게재되었다. 기사의 제목은 ‘소비부진 주범 사교육, 학원비 500만원, 다른 데 쓸 돈 없다’인데 주된 내용은 학원비 상승률이 가구 소득 증가율보다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가계 처분가능 소득에서 학원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경기 침체기에 소득은 줄어가는데 학원비는 탄력적으로 줄지 않아 가계의 부담이 늘고 있고 더 나아가 소비부진의 원인이라는 내용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사교육비는 한번 올라가면 좀처럼 내려가는 법이 없다. 학교에 상담하러 오는 많은 학부모들도 사교육비 걱정이 크다. 이처럼 사교육비가 사회적 문제가 된지는 오래된 것 같다. 그래서 오죽하면 ‘한국에서 대통령이 되어서 사교육비나 집값, 둘 중에 하나만 안정시켜도 역사에 길이 남을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겠는가. 그러면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분명 경기가 침체돼 가계의 모든 지출이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왜 학원비와 같은 사교육비는 못 줄이는지 말이다.

그런 현상의 기저에는 ‘불안’이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학부모 입장에서 더욱더 자신의 불안한 현실과 오버랩되어 사교육비만은 더더욱 줄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불안 마케팅’이 깔려있다. 미래에 대한 뚜렷한 확신이 없으니 불안하고, 안 그래도 취직이 안 되는데 좋은 학교라도 나와야 되지 않겠냐는 막연한 믿음이 사교육시장의 팽창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물론 사교육시장도 줄어드는 학생 수로 인해 장기적으로 보면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다. 아니 이미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교육시장이 점점 작아지더라도 주력 산업의 침체와 고령화 사회 등으로 점진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된다면 그래서 앞으로 어지간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정상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사교육비가 가계소득을 짓누르는 현상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사회적인 개혁을 통한 교육구조개선이 필요하다. 즉 근본적인 사회구조와 직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 직업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직업 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순차적으로 개선한다면 그래서 단지 시험 잘 보는 것만이 능력으로 대접받는 것이 아닌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모두 다 대접하도록 인식을 전환시킨다면 지금의 사교육 문제처럼 ‘불안’을 기저로 사교육비에 가계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될 수 있으며 자신의 능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도 전 세계의 일등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확인하고 있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상식이 된지 오래이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에서 좀 더 효율적인 자원배치가 되려면 그리고 온 국민이 사교육에 매달려 피폐하지 않으려면 사회전반적인 구조 및 직업에 대한 의식 개혁이 너무도 절실하다.

박대광 남목고 학생안전부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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