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찬 울산스마트동물병원장

모성은 생명의 근원이다. 사람뿐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서 모성애가 없었다면 멸종하지 않을 종은 없다. 종에 따라서는 아비에게 이 역할을 부여한 경우도 있지만 종의 유지와 보존을 위해서 그 역할을 바꾸었을 뿐이다. 신이 모든 인간을 다 보살필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란 존재를 있게 했다는 유럽의 속담이 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동물의 모성애 앞에서 숙연함을 넘어 우리가 잃고 있는 인간성을 되돌아 보기도 한다.

최근 유투브에 칠레의 화재현장에서 있었던 어미개의 모성애에 관한 동영상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불이 난 주택가에서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는중에 화염에 그슬린 개 한 마리가 생후 10일 정도 돼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를 입에 물고 소방차의 계단을 향하고 있다. 계단에는 이미 두 마리의 강아지가 꼬물거리고 있었고, 물고 온 강아지를 내려놓은 어미 개는 화염에 휩싸인 집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 또 한 마리를 물고 나왔다. 두 마리의 강아지를 더 물고나온 어미 개는 그제서야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을 품에 안고 핥아주기 시작했다. 결국 화염에 심하게 노출된 강아지 한 마리는 생명을 잃고 말았지만 어미 개는 불길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걸고 새끼를 구하는 놀라운 모성애를 발휘했던 것이다.

얼마 전 한 보호자가 병원으로 개 한마리를 안고 급하게 뛰어들어 왔다. 만삭의 개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의식도 없는 상태였다. 다섯 마리의 새끼를 밴 강아지는 장기가 파열, 심각한 내출혈이 진행되고 있었다. 급하게 제왕절개를 시작했다. 어미개의 바이탈 사인(vital sign)이 좋지 않아 조마조마하며 새끼 다섯 마리를 끄집어냈다. 새끼들의 수습이 끝나고 수술팀은 자신의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서 위급한 상황에서도 힘들게 버텨준 어미개의 파열된 장기 손상부분을 절제, 봉합한 후 입원실로 옮겼다. 어미 개의 생명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앞의 촛불과 같은 상황으로, 보호자는 눈물로 어미 개와 작별하고 있었다. “잘가. 꽁이야. 다치게 해서 미안해. 니 새끼들 잘 키울게. 우리 꼭 또 만나자.” 눈물바다였다.

그 순간 한 간호사가 “죽더라도 지 새끼들 곁에서 죽게 하자”고 해 다섯 마리의 새끼를 어미개의 품에 안겨 주었다. 강아지들은 죽어가는 어미의 옆에서 낑낑거리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강아지를 옮긴지 얼마 안돼 돌보던 간호사가 “원장님! 꽁이 눈 떴어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어미개는 놀랍게도 힘겹게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자신의 새끼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간호사가 한 마리를 눈 가까이 가져다주자 가만히 자신의 혀로 핥기 시작했다. 다섯 마리를 차례로 그렇게 해 준뒤 그제서야 힘이 드는지 고개를 떨구었다. 그 과정에서 새끼들은 제 어미의 젖을 먹을 수 있었다. 힘겹게 생명의 끈을 이어가던 꽁이는 그렇게 새끼들에게 몇 번의 젖을 더 물리고 이틀 뒤 숨을 거두었다.

우리는 꼬물거리는 꽁이의 새끼들을 보호자에게 안겨 보내면서 꽁이의 그 위대한 모성애에 다시 한 번 눈물을 쏟았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새끼들을 돌보려고 했던 꽁이의 힘은 모성애였을 것이다. 모성애가 아니면 그 이틀간의 시간을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허찬 울산스마트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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