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4일은 24절기의 시작, 입춘이다. 조상들은 입춘이 되면 한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고, 건강을 북돋는 음식을 먹으며 이날을 기렸다. 입춘날 세시풍속은 무엇이고, 그 속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새해의 첫 절기
한 해 동안의
행운과 건강 기원
입춘축 써붙이고
타인에게 도움 줘
새싹·명태요리로
몸속 영양 보충도

◇입춘축의 의미

입춘 세시풍속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 입춘축이다. 대문이나 문설주에 좋은 말을 써 붙이는 것이다. 입춘첩(入春帖) 혹은 춘첩자(春帖子), 입춘방(立春榜) 이라고도 한다. 이를 붙이면 ‘굿 한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솟을대문 양쪽에 여덟팔(八)자 모양으로 붙여두고 오랫동안 복을 기원했다.

가장 흔한 글귀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다. ‘봄을 맞아 한해가 시작되니 크고 좋은 일이 가득하고, 새해에 기쁜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길쭉한 직사각형 한지에 네 글자씩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옛날 궁궐에서는 조금 달랐다. 좋은 시를 뽑아 연꽃무늬 종이에 써서 기둥과 난간에 붙였다고 한다. 전라도에서는 한지를 마름모꼴로 세워 용(龍)자와 호(虎)자를 크게 쓰고 대문에 붙였다. 나쁜 기운이 침범하지 말라는 의미다.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유해져라),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오고,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온다)과 같은 문구도 사용된다.

입춘첩은 대문 외에도 큰방 문 위의 벽, 마루의 양쪽 기둥, 부엌의 두 문짝, 곳간의 두 문짝, 외양간 문짝에도 붙였다.

요즘은 아파트 현관문에도 붙인다. 장소에 따라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永)와 같이 다른 내용이 쓰인다.

▲ 입춘을 나흘 앞둔 지난달 31일 경남 함양군 함양향교에서 유림과 어린이들이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 직접 쓴 입춘첩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입춘 세시풍속

우리 조상들은 입춘첩과 더불어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주는 일을 해야 한 해 동안 액운을 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서역에서 건너 온 불교의 가르침이 민간신앙과 융화된 결과다. 이에 따라 밤중에 몰래 나가 냇가에 징검다리를 놓거나, 거친 길을 다듬고, 가난한 집 가마솥에 쌀을 넣어줬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실행하는데 더 큰 의미를 뒀다.

각 사찰도 새해 기준을 입춘으로 삼기에 입춘절 불공을 올리고 다라니를 나눠준다. ‘진리를 마음에 깊이 새겨 잊지 않는다’는 뜻의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나눠주는데, 한해동안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생활하며 늘 정진하라는 뜻이다.

◇입춘 절기음식

입춘 절기식도 있다. 혹한에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고, 몸의 생기를 북돋우자는 의미다. 미나리싹이나 무싹, 산갓 등의 채소요리가 상에 올랐다.

명태에 소금을 뿌려 하룻밤 재워둔 뒤 머리를 자르지 않은 채 내장을 빼고, 다진 배추와 숙주, 으깬 두부, 명태알, 찹쌀가루 등으로 속을 채워서 쪄 먹기도 했다. 북쪽 지역에서는 이 명태로 순대를 만들어 먹었다. 입춘 특별식으로 영양을 보충하고자 했던 것이다.

◇입춘첩 나눠주기

입춘을 앞두고 울산에서는 입춘첩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가 열린다.

4일 하루 동안 울산박물관과 대곡박물관에서는 입춘첩 쓰기 행사가 열린다.

이에 앞서 3일에는 울산향교와 언양향교에서도 입춘첩 나눠주기 행사를 갖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향교를 방문하면 현장에서 직접 쓴 입춘첩을 받을 수 있다.

이동필 울산향교 전교는 “김철곤 서예가를 모시고 올해 처음으로 입춘행사를 마련한다. 세시풍속 체험을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으로 조상들의 뛰어난 정신문화를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시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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