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정부청사 앞 10만 운집”…시위대 “부패사범 대거 사면 행정명령 철회”

루마니아에서 공산정권 붕괴 후 최대 인파가 모인 반(反)부패 시위가 열렸다.

1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정부청사 앞 광장과 인근 도로에는 사회민주당(PSD) 연정이 전날 전격 시행한 사면 규정 행정명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영하의 날씨에도 이날 부큐레슈티 시위 현장에는 최대 10만명이 운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이번 반부패 시위가 차우셰스쿠 정권이 붕괴한 198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도둑들’, ‘정부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청사를 지키고 있던 경찰을 상대로 폭죽과 연막탄을 던졌고, 경찰도 최루가스로 맞대응하며 시위를 진압했다.

시위대는 전날 정부가 시행한 새 사면 규정에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달 출범한 PSD 연정은 집권하자마자 교도소 과밀을 해소한다며 형사범 사면 규정을 긴급 행정명령 형식으로 추진했다.

이 행정명령은 징역 5년 이내의 기결수와 직권남용에 다른 국고 손실액이 20만 레이(약 5500만 원) 미만인 부패 사범을 대거 사면하는 내용이다.

행정명령이 확정되면 루마니아 정부가 최근 몇년 새 반부패 기조 아래 기소한 부패 공직자 다수가 사면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 실세로 통하는 리비우 드라그네아 PSD 대표도 새 사면 규정의 ‘수혜자’가 될 것이 유력하다.

지난해 투표 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드라그네아 대표는 집행유예 상태에 있어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법률에 따라 총리직을 맡지 못했다.

그는 지난 2006∼2012년 루마니아 텔레오르만 의회 의장 재임 당시 직권 남용 혐의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PSD 연정의 사면안 추진 발표 후 이번 조처가 ‘부패 정치인’을 대거 구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왔다는 반대여론이 전국적으로 고조됐다.

지난달 중순부터 수도 부쿠레슈티뿐만 아니라 클루지, 티미쇼아라, 시비우 등 전국 곳곳에서 주말마다 시위가 열렸고, 행정명령이 시행된 이튿날 밤 최대 군중이 몰렸다.

사면명령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루마니아 최고사법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이 긴급 행정명령을 헌법재판소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는 사면명령의 효력을 막기 위한 마지막 법적 수단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앞서 2015년 당시 PSD 정부는 빅토르 폰타 전 총리의 부패 혐의와 이어진 나이트클럽 화재 참사로 사퇴했고, 이후 과도 정부가 구성됐다.

그러나 작년 12월 총선에서 중도좌파성향 PSD가 우파성향 자유당(PNL)을 꺾고 승리, 연정을 구성했다.

부패 스캔들로 물러난 정부가 1년여 만에 선거로 복귀했다.

루마니아정부는 긴급 행정명령을 시행한 후 2일 오전까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PSD 연정 지도부는 시위 현장에 등장한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을 겨냥하며 이번 시위에 정치적 배후가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소린 그린데아투 총리는 지난달 29일 “이번 시위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요하니스 대통령이 시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