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석 울산 남구의원

현대의 민주국가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공화제를 정치적 기본체제로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기본권체계를 기본적 가치질서로 한다. 통치구조는 이러한 민주공화제와 기본권보장체계를 실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이라야 한다는데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헌법을 비롯한 역대 헌법들이 예외없이 권력분립제를 규정했으나 권력분립의 정도와 내용은 늘 다르게 만들어 왔다. 건국헌법은 비교적 집행부 우위의 권력분립제를, 1960년 헌법은 비교적 균형이 유지된 권력분립제를, 1962년 헌법은 다시 집행부 우위의 권력분립제를, 1972년 헌법과 1980년 헌법은 집행부의 절대적 우위를 내용으로 하는 권력분립제를 채택하면서 집행부는 권위주의적 정부로서 의회나 사법부에 대해 절대적 우월한 지위에 있어 왔다. 권력분립의 원리도 채택돼 있으나 균형적이지 못하고 권력행사에 대한 통제와 권력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에 실효성이 떨어짐에 따라서 의회와 행정내각, 그리고 독립적 지위를 가진 법원까지도 실질적 대통령의 종속적 지위에 있다. 권력집중에 따른 폐해의 연속으로 전두환 정부에서는 형제들에 의한 ‘새마을왕국’ ‘일해재단’ 비리, 노태우 정부에서는 처·사촌에 의한 ‘6공 황태자’ 비리, 김영삼 정부에서는 아들에 의한 ‘소통령’ 비리, 김대중 정부에서는 세아들에 의한 ‘홍삼트리오’ 비리, 노무현 정부에서는 형과 딸에 의한 ‘봉하대군’ ‘외화 밀반출’ 비리, 이명박 정부에서는 형에 의한 ‘영일대군’ 비리, 현 정권은 유일하게도 형제도 자식도, 사돈의 팔촌도 아닌 측근의 아줌마까지도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하는 불편한 헌법이 되었다.

미국은 의회와 집행부간에 극단적 대치가 가능한 권력분립제로 인한 충돌시 국가기능이 마비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정치인과 시민들의 사회적 동질성, 권력이 분산된 연방제도, 반독재 의식과 민주정치에 대한 높은 의식과 소양, 공정한 선거풍토의 정착, 여론의 자유와 존중, 헌법수호자로서의 법원권위의 유지 등에 의해 대통령제가 모범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영국은 수상이 평민원을 지배하는 다수당의 당수인 동시에 내각의 초석으로서 정책의 결정권과 집행권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으며 그러한 우월적 지위로 수상정부제 또는 수상내각제로 불리며 입헌적 수상독재로 향할 가능성이 크지만 시민들과 수상의 소양, 소수파 존중, 여론 중시, 등 정치관행과 정치문화의 높은 수준에 의해 의원내각제를 모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정국의 혼란속에서 이구동성으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결합한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개헌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대통령은 직선으로 선출하고 평시 행정권은 의회동의로 임명된 내각수상이 행사하되 의회에 연대책임을 지게하고 대통령의 임기를 중임제로,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지방분권 강화와 내각의 불신임권과 대통령의 의회 해산권으로 권력의 분산, 분립과 상호견제를 강화해 지금의 불합리한 통치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국의 안정과 개헌에 대한 현실적인 관심과 실행에는 정치권의 태도가 너무도 인색하다. 혼란을 야기한 사람들은 책임전가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 반대편 사람들은 책임을 덧칠하고 끌어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따라서 국민들만이라도 정국의 안정을 위한 대책이나 개헌에 관심을 갖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성군이었던 세종대왕의 강력한 왕권은 현대의 독재시스템과 같은 것이며 이순신 장군이 어촌병사들과 군사력이 비교도 안되는 왜군과의 전쟁을 찬반 의사결정에 의해 작전이 이뤄졌다면 무모한 지휘는 실패로 돌아가 나라를 고스란히 왜적에 바치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권력이 없으면 성군도 입바른 선비 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다. 권력이 없으면 죽어서 성자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에서의 성군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소크라테스가 말한 최고의 정치가 성군정치 바로 철인정치이다. 결국 통치제도는 백성이 성군을 만나면 독재가, 폭군을 만나면 민주방식이 통치의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반증으로서 그 어떠한 형태의 개헌이 있다하더라도 국민들의 정치적 수준과 소양, 언론을 여과하여 들을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성군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개헌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의 사정은 대통령을, 지도자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를 함께 깊이 고민하여야 할 때라 생각한다.

김영석 울산 남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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