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입양아출신 피플紙 기자, 트럼프 폐쇄적 이민정책 비판

한국에서 입양돼 미국 아이오와 주 가정에서 성장한 유력 매체 소속 40대 여기자가 “미국행(行)이 나를 살렸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폐쇄적 이민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시사주간지 <피플 매거진>의 동부뉴스 부편집장 메리 그린(48)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7개국 출신 입국 제한 조치가 파문을 일으킨 금주 ‘피플 편집자의 이민 스토리’라는 특집을 통해 미국이 수용적 이민정책을 견지해야 하는 이유를 설파했다.

그린은 “나는 이민자입니다. 한때 미국인들이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는 지역‘으로 간주했던 곳에서 태어났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1969년 1월 출생 직후 서울의 한 빈 건물 앞에 버려져 4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고, 열악한 환경의 보육원으로 옮겨졌다가 6개월 만에 시카고행 비행기에 오른 사연을 소개했다.

그린은 “생후 10개월에 몸무게가 5kg밖에 안 되고 온몸에 종기가 나 있던 나는 그 누구도 환영할만한 아기가 아니었다.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도착 즉시 응급실로 가서 2주 이상 치료를 받은 뒤에야 비로소 아이오와 주 메이슨 시티의 집으로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입양을 결정한 양부모와 미국 정부의 이민정책 덕분에 새 삶을 얻었다고 부연했다.

그린은 미 의회가 1965년 ‘이민국적법’ 제정을 통해 출신 국가별 이민 할당제 즉 출신국에 따른 차별적 이민 관행을 철폐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심지어 미국 의회가 1955년 한국 고아들에게 입양 기회를 열어준 ’홀트 법안‘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그는 언니 1명과 오빠 3명이 있고, 나중에 여동생 1명이 입양된 다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건강하게 잘 자랐다면서 “다른 소수계들처럼 인종차별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그 시간을 거치며 평등을 위해 싸울 각오를 다졌다”고 털어놓았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린의 양부모는 성당을 통해 한국의 고아들에게 가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듣고 입양을 결심했다.

그린은 “부모님은 인종적 종교적 평등을 최우선으로 믿는 보수적 공화당원이었으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마음과 국경, 지역공동체를 개방하는 것이 모든 인간의 의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시민이 된 뒤, 부자가 아니고 유명하지 않고 특별히 똑똑하지 않지만 재능있고 타인의 불행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변함없는 지지를 받으며 사는 행운을 누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오와 중소도시에서 뉴욕으로 가 피플 매거진의 기자가 되고 미 전역과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해온 다양한 경험들을 소개했다.

그린은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눈을 감기 전 맑은 정신으로 돌아와 “소수의 아시아계로 살아가는 일이 늘 쉽지만은 않았을 거란 걸 안다. 하지만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서 “지금 네 모습을 보라”고 격려한 사실을 회상했다.

그는 “땡큐, 아메리카”란 말로 글을 맺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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