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가격의 절반이잖아요”…마트서 모로코 문어 고른 40대 주부
세네갈 갈치, 노르웨이산 고등어, 일본산 소스…외국산들 많아

▲ 한국 시장 점령한 남미산 포도

“수입산이 절반 가격으로 훨씬 저렴해서 국산 대신 외국산을 골랐어요.”

3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모로코산 삶은 문어 한 마리를 카트에 담으며 이렇게 말했다.

삶은 문어 진열대에는 국산과 모로코산이 반씩 진열돼 있었다. 가격은 중량에 따라 다르지만, 모로코산이 1만 원 안팎, 국산이 2만 원 안팎으로 국산 문어가 두 배 비쌌다. 이 주부는 “문어를 살 때마다 훨씬 싼 외국산을 고른다”고 덧붙였다.

문어뿐 아니라 마트 내 대부분의 주요 식품 판매대에는 국산과 수입산이 함께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우는 ‘흰다리새우’와 ‘껍질 벗긴 새우’ 두 종류가 있었는데, 껍질 벗긴 새우는 모두 베트남산이었고 흰다리새우의 경우 국산과 에콰도르산이 반씩 진열됐다.

주꾸미 코너에는 아예 국산이 없고 태국산만 팔렸다.

매운탕용으로 손질된 생물 명태도 모두 캐나다산이었고 동태 역시 러시아산밖에 없었다.

조기는 네 종류 가운데 한 가지가 중국산 조기(부세)였다. 조기 코너 앞에서 소비자들은 대부분 중국산과 국산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조기를 고르던 50대 여성 소비자는 “같은 바다인데 한국인이 잡으면 한국산, 중국인이 잡으면 중국산 아니냐”며 “국산인지 외국산인지 원래 잘 안 따진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해 국산 여부를 따질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손질된 갈치 30여 마리 중 5마리는 세네갈산, 나머지는 국산이었다. 외관상으로는 구분하기 힘들었지만, 국산 가격(1만2천800원)이 세네갈산(6천980원)의 거의 두 배였다.

수산 코너의 마트 직원은 “국산만큼은 아니지만, 세네갈 갈치도 많이 팔린다”며 “더 싸고 도톰한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고등어 진열대에는 국산과 노르웨이산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노르웨이산의 줄무늬가 국산보다 더 선명했다. 국산이 5천 원, 노르웨이산이 3천980원으로 수입 고등어가 1천 원 이상 쌌다.

쇠고기의 경우 호주산과 미국산 쇠고기의 인기를 반영하듯, 한우·호주산·미국산이 진열장의 3분의 1씩 사이좋게 나눠 차지하고 있었다.

과일 코너에서도 외국산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포도 한 팩을 집어 들었더니 칠레산이었다. 다른 포도를 다시 골랐지만 역시 페루산 수입 포도였다. 여름이 제철인 포도는 현재 세 종류만 진열돼 있었는데, 모두 칠레와 페루 등 남미산이었다.

포도 옆에는 미국산 오렌지가 제주산 천혜향·한라봉과 함께 수북이 쌓여있었다.

신선식품뿐 아니라 가공식품 판매대에서도 수입품이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수입 맥주의 경우 따로 냉장고가 설치될 정도였다. 눈짐작만으로도 100여 가지가 넘는 세계 각국의 맥주가 즐비했다.

소스 판매대에는 아예 진열대의 한쪽 면이 모두 수입 소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일본의 오코노미야키 소스, 중국의 굴 소스부터 미국의 케첩과 샐러드드레싱, 파스타 소스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소스 판매대 앞에서 만난 강 모(30·여) 씨는 “우리나라 브랜드의 소스류의 경우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며 “값에 비해 뛰어난 점도 없고 친환경 제품도 거의 없다”며 수입산 가공식품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강 씨는 “일부 수입산 가공식품의 경우 국산보다 비싼 경우도 있지만, 품질이나 맛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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