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대학 인적기반 갖춘 울산
점점 복합·대형화하는 재난 대비
지진방재 특화대학 반드시 유치해야

▲ 차동현 유니스트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올해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는 울산시는 산업수도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재난 취약성 또한 높아진 것이 현실이다. 국가산단의 산업시설은 노후화됐고, 인근 월성과 고리에는 원전이 밀집돼 있다. 바다와 산맥 사이에 위치한 지형적 특성으로 집중호우와 홍수, 폭염, 폭풍해일 등의 기상재해에 취약하고, 주변 활성단층대는 지진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울산시는 이 같은 재난 취약성에 대비하기 위해 재난안전 관련 정책을 주요핵심 사항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6년 울산 재난안전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2018년 국제연합 재해경감 전략기구(UNISDR)의 방재안전도시 인증을 추진 중이다. 시가 추진 중인 재난안전 정책 중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 중 하나가 관련 연구·교육 분야의 증진이다.

기후변화, 산업화·도시화 등으로 인해 최근 발생하는 재난은 점점 복합화·대형화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이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2014년 동해안 폭설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2016년 태풍 차바와 울산 도심 홍수 등은 대표적인 대형복합재난 사례이다. 이러한 대형복합재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그로 인한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단편적인 관점을 넘어서 재난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들을 아우르는 융·복합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재난안전 연구 클러스터 설립이 필요하다. 울산에는 우리나라 재난관리의 싱크탱크인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산업안전 연구분야의 핵심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혁신도시로 이전했고, 과학기술 특성화 기관인 유니스트와 울산 산업기술의 기반인 울산대학교가 있기 때문에 각 기관의 인력과 시설을 활용한다면 재난안전 연구 클러스터 조성이 다른 도시에 비해 유리하다.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효율적인 예방, 대비, 대응, 복구를 위해 재난안전 연구 클러스터에서는 관련 기술 및 정책, 정보들을 연구·개발·제공할 수 있는 공학, 과학, 정책, 행정 분야의 다학제간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 재난 대비 측면에서 위성, 레이더 등의 원격탐사시스템과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재해 모니터링·예측 연구, 대응 측면에서 재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과 드론 개발 연구, 복구 차원에서 재난구호 음용수 및 식품 개발과 피해자를 위한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예방 차원에서 재난 취약성을 고려한 도시개발 계획과 사회기반시설 건설 연구 등이 다학제간 공동으로 수행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재난안전 기술들이 개발될 수 있다.

특히 연구 클러스터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 중 하나가 재난안전 연구를 주도할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특성화 교육기관 설립이다. 작년에 발생한 동남권 지진과 연관,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12월 지진방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전국에서 5곳의 지진방재 특화대학을 선정하기로 했다. 지진방재 특화대학은 지진 발생과 연관된 지질학, 지진 예방을 위한 지반공학과 건설공학, 지진 대응을 위한 재난관리공학을 통합 교육함으로써 지진방재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울산은 2016년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도시이기도 하고, 강진이 발생하였을 경우 원전과 국가산단이 위치해 있어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형복합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지진방재 특화대학 설립이 필요하다. 울산의 유니스트에는 재난관리공학 트랙과 복합재난관리 연구소가 설립돼 있어 10여명의 관련 교원과 40여명의 전문연구진이 이미 확보돼 있고,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에도 지진방재 관련 교원들이 있기 때문에 각 기관이 독자적으로 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원한다면 선정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적극적인 지원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지진방재 특화대학은 국민안전처가 2018년 추진 중인 재난안전 전문대학원 설립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선정될 경우 국내 최고의 재난안전 전문 교육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어 울산시가 추진 중인 재난안전 정책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울산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재난안전산업까지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주요 정책으로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차동현 유니스트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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