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최근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를 만큼 반려동물 시장의 증가세가 폭발적이다. 반려동물이 늘면서 ‘펫팸족’(‘pet’과 ‘family’를 합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신조어)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유기와 학대의 그늘도 짙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한해 농림축산부가 집계한 유기동물은 6만 마리에 달한다. 울산에서 발생한 유기도 3000건이 넘으며, 신고되지 않은 수치를 합치면 유기동물은 배 가까이 늘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동물 증가로 부작용도 심각해지고 있다. 유기동물이 도로에 난입해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고, 배설물로 공중위생을 해치기도 한다. 야산에 서식하며 등산객을 위협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불거지다보니 유기동물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기동물 문제는 사후 대응보다 근본적 차단이 중요한 만큼 우선은 동물등록제를 강화해 유기 자체를 줄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울산시는 동물등록제 시행으로 유기동물 발생이 줄었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현장의 실태와는 동떨어진 분석이라는 평이 많다. 현재 개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동물등록제는 견주가 내장칩, 외장칩, 외장형 인식표 등 3종류 중의 하나를 선택한 다음 지자체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등록률이 20%를 밑돌고, 그나마도 대부분 목에 거는 외장칩이나 인식표를 이용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유기할 수 있다. 체내 육종과 출혈 등의 문제를 보완해 내장칩 등록을 의무화활 필요가 있다.

허술한 단속체계도 개선이 시급하다. 현행 단속체계는 1차 적발 때 경고처분 후 재차 적발되면 4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구조다. 지난해 울산지역의 과태료 부과 건수가 사실상 ‘0’였다는 점에서, 겉돌고 있는 단속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부분은 지자체의 보호시설 직접 운영이다. 위탁운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직영에 나설 필요가 있다.

김기현 시장의 공약사업인 반려동물문화센터에는 원래 유기동물 보호장과 유기동물 교육장 등의 시설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용역과 건축심의위를 거치면서 유기동물 관련 부분은 모두 제외되고 말았다.

울산시는 시민들의 힐링 공간에 유기동물보호시설이 들어오면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른 곳에 별도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다. 하지만 예산은 물론, 기피시설에 대한 입지 선정 등의 문제로 가시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

시나 구·군이 직접 보호소를 운영하기 어렵다면 운영은 관이 주도하고 민간이 협조하는 시스템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유기동물 보호시설과 관련해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대만과 일본의 시스템을 참고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애완이라는 표현보다 반려라는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 유희의 대상에서 인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유기동물의 증가로 빛이 바래고 있다. 지자체들은 유기동물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행정의 결정권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유기동물보호시설의 직영 문제를 논의하길 바란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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