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사 문화부

최근 난임과 관련된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난임시술 사례자와의 인터뷰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필자가 아직 미혼인지라 취재를 하는 내내 앞으로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를 통해 어렵사리 만난 A씨는 난임시술 성공 사례자였다. 2번의 임신과 유산을 겪은 A씨에게 난임시술을 통해 얻게 된 생명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다. 하지만 A씨는 지금의 행복을 얻기까지 2번의 임신과 유산을 포함 해 여러 번의 아픔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A씨는 필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차마 여자의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난임시술 사실을 시댁에 알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자연임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마치 시부모님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인공수정에 실패하고 있을 당시 주변에서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조급해지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았다”며 “자연임신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자궁을 가진 여성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난임시술을 통해 임신을 하고 최종적으로 출산까지 성공하는 경우는 전체 난임사례자 20만여명 중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난임부부들은 난임시술 비용부담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1차적으로 부딪친다. 지역 보건소에 따르면 난임시술 상담을 받으러 온 부부들 중에는 시술 한 회당 많게는 300만~400만원이 소요된다는 사실에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한다.

또한 난임시술을 진행하는 중에도 가족과의 불화로 중도 포기하거나 주변의 불편한 시선 등으로 우울증, 고립감, 무력감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있다. 자연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하지 못 하는 여성들이 조선시대가 아닌 21세기에도 A씨처럼 떳떳하지 못한 ‘죄인’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난임시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심리적인 안정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난임부부, 특히 여성을 위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이우사 문화부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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