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민간사학자 지적… “유관기관 나서 수정 노력해야”

조선고유 세계지도인 천하도(天下圖)가 ‘고대 중국지도’로 둔갑해 미국 역사교과서에 실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미 민간사학자 유광언씨는 2017학년도부터 미국의 일부 고등학교에서 사용되는 교과서 <문명의 흐름>(Streams of Civilization) 1권 286쪽에 등장하는 지도와 각주를 7일 연합뉴스에 전달했다.

왼쪽 상단에 실려있는 사진은 천하도이지만 ‘고대 중국 지도(Ancient Chinese Map)’라는 각주가 달려있다는 게 유씨의 지적이다.

이 지도는 대만에서 선교활동을 한 헨던 해리스(Hendon Harris)가 1972년 서울의 골동품 상점에서 구매한 것이다.

1981년 세상을 떠난 해리스는 한국에서 수집한 천하도 7권을 딸 리즈 셜롯(Reese Charlotte)에 물려줬다.

숨진 해리스는 물론 리즈도 이 지도가 한자로 쓰였다는 이유 등을 들며 중국 지도라고 믿고 있으며, 천하도를 해당 교과서 출판사에 제공하면서 그러한 설명을 함께 실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리즈가 2004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던 개리 레드야드(Gari Ledyard) 교수와 미국 국회도서관의 한국인 직원에게 조언을 받을 때 두 사람 모두 이 지도는 조선고유 세계지도인 천하도라고 설명했다.

‘천하(天下)’는 중국어로 ‘하늘 아래 모든 것’ 혹은 ‘전 세계’를 뜻하며, 조선의 모든 지도는 한문으로 쓰인다고 설명해줬다.

그러나 리즈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여전히 중국지도라고 믿었다.

천하도의 국적을 놓고 시비가 붙는 이유는 한때 ‘천하(天下)’라는 단어가 중국을 의미했기 때문이라는 게 레드야드 교수의 설명이다.

그래서 레드야드 교수는 천하도를 ‘조선 고유 천하도(Unique Chosun Chunhado)’라고 부른다.

유씨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학교에서 이 교과서를 채택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체로 고등학교 때 배운 것은 평생을 간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특히 “천하도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선고유의 세계지도라는 것을 한국고지도연구학회나 유관기관이 나서서 해당 교과서 내용이 수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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