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발음·목소리 이상

▲ 손희영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 있다보면 아이들이 울면서 “댜동탸~댜동탸~”라고 소리지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싶지만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이내 아이가 ‘자동차’라고 발음한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바로 자동차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소리다.

대다수 아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른에 비해 다소 발음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이러한 발음을 아이들만 갖고있는 귀여움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발음때문에 놀림을 받거나, 주위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를 하지못해 위축돼 있다고 느껴지면, 취학 전 전문기관을 찾아 진료와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한다.

목소리 내는 신체기관 자리잡은 뒤
발음 정확도 떨어지는 아이라면
설소대·편도·코 이상 있을 가능성
청각·성장발달 문제도 배제 못해
이 시기 부모와 교사의 관심 중요
치료 늦으면 의사소통 능력 저하
교우관계·학교생활 문제 겪을수도

◇아이 발음에 부모와 선생님이 관심 가져야

대체로 만 6세 전후로 목소리를 내는 신체 기관이 제자리를 잡으면서 아이들의 발음은 또렷해지고, 말을 또박또박 잘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취학 시기가 되었음에도 발음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고, 여전히 아기같이 말한다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많이 알려진 대로 ‘혀가 짧다’는 설소대 단축증을 비롯해 비편도와 편도가 과도하게 크거나 코에 문제가 있어도 아이의 발음은 달라질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9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설소대 성형술 시술건수가 지난 2011년 2339건에서 2015년 3489건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전체 연령 대비 아동들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과거 50% 정도에서 최근 60~70%대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아이 발음에 관한 부모들의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설소대 단축증의 경우 아이에게 ‘메롱’을 시켜보았을 때 혀끝이 입술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알파벳 ‘W’ 모양이 된다. 이런 경우 간단한 수술과 발음 교정 치료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편도와 편도가 크거나 코에 이상이 있는 아이도 그 정도에 따라 약물이나 수술, 발음 교정 치료 등으로 발음이 좋아질 수 있다. 또한 드물게 아이의 성장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경우 부정확한 발음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손희영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미취학 아동의 발음 이상 원인 중에는 청력 저하, 즉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정상적인 발음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이렇게 아이 발음 이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부모와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야 알맞은 시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대 결절, 말더듬 적절한 치료가 중요

아이들 중에서는 유독 허스키한 음성을 소유한 경우도 있다. 조금만 자세히 들어보면 어른처럼 목소리가 쉬어있거나, 굉장히 힘을 주면서 말하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 가수나 선생님, 상업 종사자 등 목소리 사용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흔한 성대 결절이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도 엄마나 친구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잘 울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권도 등 기합을 넣고 큰 소리를 많이 지르는 운동을 열심히 한 아이에게도 성대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아이에게 목 안에 작은 혹이 생긴 것을 보여주고, 그 이유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아이 눈높이에 알맞은 음성 치료를 해주면 다시 맑고 고운 아이의 목소리로 돌아갈 수 있다.

말더듬 증상으로 내원하는 아이들도 많다. 손 전문의는 “사람들 앞에서 씩씩하게 말하지 못하고 자꾸 말을 더듬는 아이에게 그저 다그치고 꾸중을 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많다”며 “그러나 말더듬는 증상이 일상 생활에서 반복된다면 무작정 혼을 낼 것이 아니라 전문 이비인후과나 음성 치료실에서 원인을 찾고, 아이에게 알맞은 치료를 통해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말더듬은 단순히 호기심에서 따라하다가 버릇이 될 수도 있고 부모, 형제 등의 유전 영향도 있을 수 있어 꼼꼼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가볍게 여겼다 의사소통 능력 발달 늦어져

흔히 아이의 발음과 목소리 문제는 어른에 비해 다소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결국 의사소통 능력의 발달이 늦어지면서 친구 간의 대화와 학교 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아이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고, 적절한 시점에 알맞은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손 전문의는 “아이들의 발음, 목소리 치료는 병원에서 놀이처럼 쉽고 즐겁게 진행이 된다. 매일 병원과 치료실을 드나드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가족들이 모두 아이의 목소리 선생님이 되어 생활 속에서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도록 보호자에 대한 교육도 함께 시행한다”며 “경우에 따라 해당 치료에 대해 실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의 발음과 목소리가 걱정된다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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