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놓은 밥상’ ‘밥상을 찬다’ 등 유독 우리 속담에 밥상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다. 속을 들여다보면 밥상이란 결국 ‘복’이라는 말과 연결된다. 자신의 몫이나 복을 가리켜 밥상에 비유한 듯하다.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인간사에 과거나 지금이나 밥상을 받는 일은 대접을 받는 것임과 동시에 목숨을 유지하는 수단이니 얼마나 중요한 의미겠는가.

좌식문화가 일반적이었던 조선시대 이후 우리 삶 가장 가까이에 머문 목공예품을 꼽으라면 소반(小盤)이 아닐까 싶다. 밥상으로, 글을 읽을 때는 받침으로, 또 손님이 오면 내놓는 주안상으로도 쓰였던 소반. 계층을 막론하고 널리 사용했던 생활필수품이면서 자세히 살펴보면 그 예술성이 요소요소에 묻어있는 훌륭한 작품들이다.

소반은 여성들이 주로 사용, 한사람이 들기에 적당한 크기와 가벼운 재질이 중요했다. 다리와 상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상판은 반드시 통판을 사용하고 다리는 주로 4개이다. 모양에 따라 직사각형은 책상반, 상판 모양에 따라 원반, 반달상, 열두모판, 팔모판, 여섯모판 등 다각반도 있다.

▲ 조선시대의 민화 후원유연도에 보이는 소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다리가 하나면 외다리소반, 다리가 셋이면 삼각반이라 하고 다리가 범의 발모양을 닮았다하여 호족반, 대나무 마디를 조각해서 죽절반이라 부르는 등 다리의 형태를 따서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가볍고 습기에 강해 뒤틀림이 적은 은행나무로 만든 행자반, 나뭇결이 고운 느티나무의 괴목반이 상판의 주 재료이고 단풍나무, 대추나무, 소나무를 다리의 재료로 사용했다. 표면 방수를 위해 투명 옻칠이나 흑칠, 주칠을 했다. 소반은 산지나 형태, 용도에 따라 60여종 이상으로, 만드는 지역의 지방색이 깊이 배인 유물이다. 해주반, 나주반, 통영반이 대표적이다. 목제유물은 재질 특성상 유적에서 출토되는 예가 희소하기 때문에 아직 고대의 소반이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예는 거의 없다.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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