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고 당당하게 사는 것이
100세시대, 행복한 노후 비결

▲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술좌석에서 ‘구구팔팔이삼사’라는 건배사가 귀에 익숙하다.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다 2, 3일 정도 앓고 4한다(생을 끝마치다)’는 의미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 염원이 담겨있다.

100세 장수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80세를 넘어선 분에게 “100세까지 건강하게 잘 사시라”고 하는 말도 자칫하면 실언으로 들릴 정도다. 여생이 20년도 안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짧았던 조선시대 같으면 100세 장수가 덕담이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00세 이상 인구는 3159명으로 2010년(1835명)보다 72%나 늘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노후준비를 도와준다고 하니 잘된 일이다. 정부는 우선 베이비붐 세대 801만명을 대상으로 노후 진단과 상담, 교육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퇴직을 앞뒀다면 전국 107개 국민연금공단 지사가 운영하는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려라. 이곳에 가면 정부에서 표준화해 만든 진단지표로 노후준비 수준을 진단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도 노후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뭐니해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건강검진이 가장 효과적인 영역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과 함께 암의 조기발견이다. 그중에서도 암의 조기발견과 치료에 따른 이득은 실로 막대하다. 건강검진이 없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암을 조기에 발견해 수술로 완치된 이들을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암의 5년 생존율은 거의 70% 수준이다. 이는 미국, 일본 등 웬만한 의료 선진국보다 높은 수치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의료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전 국민 건강검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올바른 식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견과류를 먹는 습관이 심혈관계질환을 20~30% 감소시키고, 당뇨병과 암 발생을 억제하며 인지기능을 좋게 한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운동이다. 운동은 건강에 빼놓을수 없는 중요한 생활습관이다. 평소보다 숨이 조금 더 차는 정도의 운동(말은 할 수 있지만 노래는 할 수 없음)을 일주일에 5일, 적어도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근력운동을 일주일에 2일 이상 해야 한다. 하루 8시간 정도 충분한 수면도 취해야 한다.

이처럼 간단하고 쉬운 건강법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의 실천이 100세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무조건 오래 산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100세 시대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명연장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100세 장수시대의 행복 비결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100세시대를 준비하는것은 어떨까. 또 행복한 액티브 시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화목한 가족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적인 여유도 있고 건강도 나쁘지 않지만 가족 간의 불화나 갈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 관계 중에서도 부부는 가장 기초 단위로서 가족의 핵심이요, 가정의 기둥이다. 부부 문제가 악화되면 자식농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일이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부농사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 끝까지 내 곁에서 일상을 함께할 가장 소중한 사람이자 친구는 배우자다.

더불어 혼자 지내고 혼자 노는 연습도 틈틈이 해두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고 아내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삼식이’나 ‘젖은 낙엽’은 아내에게 짐만 될 뿐이다. 남편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아내 역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살 길이 막막해진다.

지나치게 의존적인 사람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으며, 그 부담 때문에 결국에는 모두 떠나고 만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매사에 감사하면서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인자한 어른이 되자. 그리고 내 삶의 주인공으로 즐겁고 당당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노후의 비결임을 잊지 말자.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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