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체육정책 참여 기회 보장
소비자의 욕구를 적극 반영해야

▲ 윤영선(대한장애인육상연맹 회장) 아이윤안과 병원장

최근 들어 장애인체육 분야에서 자주 거론되는 용어 중의 하나는 ‘소비(당사)자주의(consumerism)’라는 말이다.

과거 복지 선진국에서도 장애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한정시켜 장애인을 치료와 재활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서비스와 프로그램도 치료적 차원이였으며, 재활과 보호를 중심으로 한 내용으로 접근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한계가 보이면서 장애인 복지 서비스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각됐다. 장애인의 삶에 대해 자신의 결정외에 타인의 개입 또는 보호를 최소화하고 모든 과정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 결정한다는 ‘장애인 소비(당사)자주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대 이후 장애를 ‘손상(Impairment)’이나 ‘장애(Disability)’ ‘사회적 불리(Handicapped)’의 개념으로 정의하였으나, 2001년 ICF(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에서는 장애를 기능과 장애영역(신체기능 및 구조, 활동과 참여), 상황적 요소(환경적, 개별적 요소)로 구분했다.

이는 장애가 더 이상 개인의 손상된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역동적인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고, 환경적 조건과 개입, 지원에 의해 그 결과를 달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체육 분야에서도 이에 영향을 받아 최근 많은 변화가 전개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장애인체육 업무의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의 이전이다. 그동안 보건복지 차원에서의 체육활동은 단순히 치료적이고 재활, 레크리에이션 차원에서 다루어졌다. 이로 인해 지도자 자격제도나 선수들의 포상제도, 경기단체 지원과 선수관리 등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5년 주무부처 이전과 동시에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되었고, 16개 시도장애인체육회와 20여 종목의 경기단체가 만들어졌다. 참으로 단기간에 놀라운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구조적인 변화를 주도한 것이 체육교수나 지도자, 행정가 등 전문가들이 아니라 장애인체육 소비(당사)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수나 지도자, 행정가 등의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소비자주의를 어떻게 응대하면 좋을까?

첫째, 소비자주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장애인은 장애체육서비스의 소비자이므로 이들의 욕구, 선택과 결정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장애체육정책에 참여하도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 전문가도 장애인체육 당사자임을 알아야하고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장애인체육의 소비자가 장애인이라는 것은 생태학적으로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사회학적인 측면에서는 장애인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을 포함하는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장애인 체육에 있어서 소비자는 가족, 단체, 지도자, 행정가, 자원봉사자 등 장애인 체육참여자나 장애인의 체육활동 문제를 위해 노력하는 모두가 주체다.

셋째, 전문가 집단은 장애인 소비자주의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시대적인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시각과 전문가로서의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넷째, 프로그램과 정책의 구현은 소비자주의로 이루어 져야 한다.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그 효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장애체육 소비자의 욕구와 필요를 바탕으로 진행되야 할 것이다.

장애인체육 지도자나 전문가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 철학이 있다. 하지만 그 철학이 어떤 것이더라도 결국은 장애인을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체육의 ‘소비(당사)자주의’도 결국 ‘장애인에게 체육활동을 어떻게 잘 서비스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고, 그 속에 시사점이 있다면 적용해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주위는 이미 장애인체육 분야에서 시작됐고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적용돼 결실들을 맺어갈지는 우리 모두의 노력에 달렸다.

윤영선(대한장애인육상연맹 회장) 아이윤안과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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