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건강권 확보차원의 문제
발전적 논쟁으로 갈등 풀어야

▲ 안창률 울산 북구 농수산유통주무관

필자의 지인 중에는 고교 친구 4명이 남들 좋다하는 직업을 마다하고 의기투합해 대표적 3D 업종인 수산업에 종사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한 명은 대기업 항해사로, 또 다른 한 명은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나머지 두 명 역시 작은 기업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 성인이 되면 함께 사업을 해보자고 약속했다. 4명의 친구는 가족의 반대 등을 무릅쓰고 우여곡절 끝에 의기투합해 서른살부터 동업으로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물론 예상대로 사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서로 잘 통한다고 생각했던 친구지만 각자의 개성이 강해 의견이 대립되기 일쑤였고, 지금도 마찰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어느 날 4명 중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갈등은 어떻게 해소하느냐’고 물었다. 갈등은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되지만 그 이면에는 경영을 보다 잘하기 위한, 즉 발전을 위한 건전한 싸움임을 넷 다 잘 알고 있기에 비교적 갈등은 쉽게 해결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수산유통 담당의 대표적 업무는 친환경무상급식사업이다. 사업 초창기 진보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의무급식과 포퓰리즘이 대립하기도 했고, 2014년 보수 구청장이 취임하면서는 정책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친환경무상급식사업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이제는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결국 이 사업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닌 아이들의 건강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모두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이제 누가 구청장으로 취임하더라도 이 정책은 바꿀 수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초창기 친환경무상급식사업을 주도하던 시민사회단체에서 급식지원센터 운영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 단체는 초창기 제도가 전국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모범 시책이라고 하며, 2016년 1월 취임한 현 센터장이 변경하고자 하는 급식재료 수발주 프로그램과 농산물 계약재배는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 센터장은 기존 급식재료 수발주 프로그램의 비용 상승과 행정 프로그램의 연계성 검토를 이유로 새로운 수발주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농산물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 소득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런 상반된 두 가지 주장을 펼치는 두 사람은 모두 이 분야 전문가다. 한 명은 약 20년간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한 초창기 급식지원센터장으로, 울산 북구의 친환경 무상급식 시책을 반석에 올려놓았다.

반대 주장을 펼치는 또 다른 한 명은 공무원노조 울산본부장을 역임했고, 약 20년간 농업직 공무원으로 행정 전문성과 농사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하는 현 급식지원센터장이다. 결국 선수끼리 가치와 철학이 부딪힌 것이다.

앞서 소개한 수산업을 하는 필자의 지인들은 강산이 두번 변하도록 공통된 가치와 철학으로 서로를 설득시키고 또 설득당하며 누구나 어렵다고들 말하는 동업을 하고 있다.

지금 북구친환경급식지원센터에는 이런 싸움이 필요하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전문성과 철학은 감히 필자가 넘볼 수 없을 만큼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1월 정기인사를 통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계장으로 발령받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 싸움은 정책 시행 초기부터 상호간 배려 없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친환경무상급식 사업은 이제 정착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싸움이 당연히 뒤따라야 하는 시점이다.

앞서 소개한 4명의 청년이 중년이 될 때까지 지켜온 약속,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갈등 해소가 북구친환경급식센터의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안창률 울산 북구 농수산유통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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