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경 울산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장
우리는 흔히 인권을 이야기 할 때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장애인 중에는 그런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인권이 무엇이며 우리가 그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나가는 활동들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인권현장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장애인들을 보면 인권이 천부적으로 주어진,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표현은 도저히 맞지 않는 표현인 것이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보호받아야할 부분들이 오히려 학대나 차별의 이유가 되고 있다. 신체적인 장애가 약점이 되어 구타나 폭행의 대상이 되고 인지적 장애가 언어폭력이나 성폭력의 대상이 되어 저항하지 못하는, 혹은 저항할 수 없는 약자들을 이용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은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대해도 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나 피해자의 충분한 치료적 지원보다는 쌍방의 합의를 요구하고, 그 사이에서 돈이 오고가고, 그것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인식하는 우리 사회의 합의문화 역시 인권적 관점에서는 상당히 반인권적인 처사인 것이다.

인권이란 결국 사람을 존중하는 인식이 기본이다. 내가 인간으로써 존중받아 마땅하다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는 맞으면 아프고 욕먹으면 기분 나쁜데 내 옆 사람은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는 학대피해 장애인의 경우 대부분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타와 폭행을 당하고 시간이나 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시간 일을 시키거나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금전적인 갈취가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친하다는 이유로, 또는 사랑한다는 거짓말 한 마디로 지적장애여성의 성을 짓밟고도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당당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학대라고 하면 대다수의 가해자들은 오갈 데 없는 불쌍한 사람 보살펴 주고, 할 일 없는 사람에게 일할 수 있게 해준 것이 이렇게 나쁜 짓이냐고 되묻는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일 것이다.

인권이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기본권리라면 모든 사람 속에는 장애인도 있을 것이며 여성도 있다.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장애라는 것이 나의 인간다움에 걸림돌이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과 투쟁한다. 장애인에게 인권은 가만히 있어도 존중해주고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라 인정해주기 보다 오히려 함부로 대해도 되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인간다움을 되찾기 위해서 나는 꿈꾼다. 우리 장애인들이 가해자들을 보면서 “당신 말이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박미경 울산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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