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빅3’로 불리는 대형 할인마트 3개 업체가 닭고기 가격을 같은 날 일제히 올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마트들은 “도매가격이 많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수요가 줄 때는 가격을 낮추지 않다가 인상은 기민하게 날짜까지 맞춰 진행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는 이날 일부 닭고기 품목 가격을 6~8% 인상했다.

예를 들어 4900원 수준이던 백숙용 생닭(1㎏)의 가격은 이날 5200~5280원까지 올랐다.

한 마트에서는 무항생제 닭고기(300g) 값이 3200원에서 3500원으로 9.3% 인상됐다.

일단 마트들이 설명하는 인상 배경은 도매가격 상승이다.

실제로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육계(고기용 닭) 도매가격(1㎏당)은 지난 1일 2666원에서 7일 3480원으로 30% 정도 뛰었다.

설 이후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닭고기를 매장 등에 다시 채워 넣는 과정에서 수요가 몰린 게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닭고기 전문업체 관계자는 “도매상이나 소매상이나 설을 거치면서 빈 창고나 판매대에 물건을 다시 보충하기 위해 한꺼번에 매입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트들은 AI 사태에 따른 도살처분으로 육계 공급이 감소한 사실도 ‘불가피한’ 가격 인상의 근거로 들고 있지만, 결정적 원인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한 마트 식품부문 관계자조차 “산란계(알 낳는 닭)에 비해 육계와 육계를 낳는 종계(번식을 위한 닭)의 AI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닭고기 가격 강세는 계란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란계를 낳는 종계의 50%가 도살 처분돼 올해 가을이나 겨울에야 가격이 AI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계란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얘기다.

더구나 마트 3사는 지난해 11월 중순 AI가 발생한 뒤 닭고기 수요 감소로 도매가격이 줄곧 떨어져 12월 말 2200원대에 이를 때는 소매 가격을 큰 변화 없이 유지했다.

소비자들이 “올릴 때만 발 빠르게, 한꺼번에 올린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다.

3사의 같은 날(9일) 인상도 논란거리다.

마트들은 “원래 마트 공통으로 목요일마다 신선식품 가격조정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꼭 같은 시기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실제로 ‘눈치’를 보다가 경쟁사가 가격을 올리니 따라서 같은 시점에 닭고기 값을 조정한 사실을 시인했다.

한 마트 관계자는 “우리는 가격을 안 올리려고 했는데, 다른 업체의 인상 예정 소식을 듣고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마트 관계자도 “공개적으로 3사가 가격을 논의하는 일은 없지만, 경쟁사에 물건을 공급하는 업체 등으로부터 사전에 경쟁사의 가격 조정 정보를 얻고 그에 비슷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불만과는 별개로, 이런 마트 3사의 행태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담합’ 행위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주무부처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조사 이전에 담합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담합 여부를 판단할 때는 공동행위 여부와 공동행위로 시장 경쟁이 제한됐는지를 함께 보는데, 가격담합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동행위‘ 자체가 있으면 가격경쟁 제한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