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단체법 정부기관에 적용하는 전례없는 조치” 지적도

무슬림형제단과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 미국 정부 내에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란 정예 군사·정보 조직인 이란혁명수비대와 이슬람권 최대 정치운동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언론이 7일 보도했다.

그러나 미 국방· 정보 관련 고위 관리들은 이 조치가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미군의 전투와 이라크 주둔 미군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국방·정보 당국의 우려는 백악관이 IRGC와 무슬림형제단 관련 행정명령을 검토하던 지난 수일 새 고위급 차원에서 표명됐다.

관리들은 무슬림형제단과 이란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할 경우, 외국 테러단체법을 당초 목표가 아닌 정부기관에 적용하는 전례 없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테러단체 지정에 대한 백악관의 결의가 지난주 정점에 달했으며 이르면 7일 이를 공개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백악관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논란으로 실패를 맛본 국가안보 기관들이 비판과 혼란을 반복하지 말도록 경고했다는 것이다.

10만 명의 육해공군 병력과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것은 외국테러단체법을 공식 정부기관에 적용하는 최초 사례가 된다.

IRGC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직후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 의해 군부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창설됐다.

내부적으로는 국가안보의 수호자이며 이라크와 시리아 등 해외에도 파견돼 재래식 전투 부대의 역할도 하고 있다.

엘리트 대외 공작 조직인 쿠드스군(軍)을 포함한 IRGC와 IRGC 산하 다수 기업체 및 개인들은 이미 2007년 미 재무부의 제재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국무부가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하면 해외여행과 국제 금융시스템 접근 등에서 더 광범위한 타격을 받게 된다.

버락 오바마 전 미 정부도 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유익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란은 시리아, 수단과 함께 이미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미국의 엄격한 제재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테러단체 명단에 현재 올라 있는 알카에다와 60여 개 조직 등 비국가 조직·단체들에만 외국 테러단체법을 적용했다.

미정부의 한 관리는 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것은 특정 국가가 다른 국가 군대를 테러단체로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은 지난달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발의로 의회 차원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국방부 관리들은 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면 미군이 이라크에서 쿠드스군과 유지하고 있는 간접적 접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 반대하는 이란 내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5년 미국 등 서방국들과 핵 합의를 이뤄냈고, 오는 5월 연임을 결정할 선거를 앞두고 있다.

WP는 1928년 이집트에서 창설된 세계 최대 이슬람 운동단체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것은 이와 다른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단일 조직이 아니라 국가를 초월한 광범위한 수니 이슬람 운동단체로, 산하 분파들도 각기 목적과 활동 면에서 다양한 편차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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