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울산시장이 8, 9일 이틀 연달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야권의 헌재 압박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 8일 김시장은 울산시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현재까지 상황을 놓고 볼 때 명백한 탄핵사유가 안 된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으로서 법률적이고 객관적인 지적이긴 하지만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김시장이기에 순수하게 법조인으로서의 주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숨은 뜻을 알기 위해 많은 주민들이 귀를 쫑긋하고 있는 9일에도 김시장은 “일부 야권의 헌재에 대한 탄핵가결 협박은 위헌이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논평을 내놓고 야당 대권후보들을 적극 비판했다. 대권 도전 의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분명한 정치적 행보로 해석된다.

그런데 아직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분명 ‘친박’이 아닌 그가 구태여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연달아 내놓은 이유는 뭘까. 지난해 12월21일 “참된 보수의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가시밭길이라도 가야 한다”며 사실상 탈당을 시사했던 그가 아니던가. 생각이 바뀔 수는 있다. 잔류를 택하든 탈당을 하든 정치적 선택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한명의 정치인이 아니라 울산시의 행정 수장이기에 모호한 입장을 계속적으로 견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들을 불안하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단체장의 정치적 소신은 행정에 대한 신뢰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반드시 예측가능해야 한다.

김시장은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아직도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바른정당에서는 이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사실상 이렇다할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김시장이 새누리당에 잔류하면서 갑작스럽게 탄핵 관련 입장을 표명한 것을 대권 도전 의사와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김시장의 결정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성완종 회장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받고 2심 판결 대기 중인 홍준표 도지사는 오는 16일 2심 판결에서 무죄 판결이 날 경우 대선후보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시장은 홍지사가 출마를 못하게 되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영남권에서 보수후보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낸 바 있는 그다. 그렇다면 탄핵 관련 발언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D데이를 앞둔 ‘군불 지피기’인 셈이다.

지역주민들로서는 김시장의 대선 출마를 환영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하루빨리 입장을 분명히 했으면 한다. 민심과 행정의 안정을 위해서 더이상 오락가락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 서둘러야 하는 것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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