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역대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4년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를 돌파했다. 4분기 연속 흑자행진에도 성공했다. 조선 빅3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도 높은 경영합리화의 결실로, 조선 맏형의 자존심을 지켰다. 사상 최대라는 현대오일뱅크의 실적이 크게 작용하긴 했으나 수익성이 양호한 선박 건조 비중을 늘리고 원가절감과 공정효율화에 나선 것이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노사 관계만 회복되면 세계 1위 조선업체라는 옛 명성을 되찾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어렵게 되살린 불씨를 자중지란으로 꺼트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매출 39조3173억원, 영업이익 1조6419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매출 10조3427억원, 영업이익 4377억원의 2016년 4분기 실적도 함께 발표했다. 또 지난 2012년(영업이익 2조55억원)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를 넘겨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서도 차별화된 면모를 보였다. 조선 3사에서만 영업이익을 약 7100억원 기록, 두드러진 실적 개선을 이뤘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정제마진 상승과 판매량 증가로 800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꾸준한 실적개선을 이끌었다. 해양플랜트 부문도 야드 과밀화를 해소, 공정이 안정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흑자를 기록했으며, 분사를 앞두고 있는 건설장비, 전기전자 등도 지속적인 원가절감 등을 통한 체질개선으로 영업이익 1조 돌파에 힘을 보탰다.

이는 경쟁력 회복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결실이다. 현대중공업은 자구계획 이행 모범생으로 불릴 정도로 2016년 한해 동안 참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임금반납 등 자구계획을 적극 실천하고, 터보기계, 그린에너지 분사 등 사업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나아가 보유주식 및 부동산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며 재무건전성 제고에 나섰다.

아쉬운 것은 노사관계다. 지난해 임금및 단체협약 교섭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구조조정으로 촉발된 경직된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조선 위기 극복 자구계획 이행차원에서 오는 4월 예정하고 있는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그린에너지, 서비스사업 분사를 막기 위해 금속노조를 등에 업고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적극 반발하고 있다. 회사측이 분사 후 고용·근로조건을 100% 승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제대로 믿지 않는 눈치다. 다시 한번 서로의 진심이 통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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