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분열 조장에 경계하던 유럽의회 불신 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유럽연합(EU) 주재 대사로 거론되는 테드 맬럭 영국 레딩대 교수가 경력 부풀리기 논란에 휘말렸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맬럭 교수의 새 자서전 ‘다보스, 애스펀 & 예일’에서 언급된 사실이 일부 호도됐거나 증거를 통해 반박된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멜럭 교수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제작한 PBS 다큐멘터리 ‘도덕적인 비즈니스(Doing Virtuous Business)’가 에미상에 입후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상을 수여하는 텔레비전 아카데미 대변인은 그런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맬럭 교수는 또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1992년 연설 서두에서 자신을 “천재” “글로벌 셰르파”라고 묘사했다면서 “그 날 이후 그 칭찬과 별명을 사용하고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를 촬영한 영상을 보면 대처 전 총리는 맬럭 교수를 이같이 칭하지 않는다.

다만, 연설을 시작하면서 영국이 유럽환율조정장치(ERM) 잠정탈퇴를 발표한 ‘검은 수요일’과 같은 주에 행사를 연 주최자들을 축하하며 농담을 던졌다.

맬럭 교수는 “글로벌 셰르파 발언은 약 2500명이 들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성 요한 기사단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기 때문에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에게 ‘테드 경’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으나, 2005년 봉사단원으로서 성 요한의 메달을 수여한 사실만 확인됐다.

FT는 이는 영국에서 기사 작위보다 몇 단계 낮은 대영제국 훈작사(MBE)급에 해당하며, 호칭을 붙일 권리가 없으며 여왕의 수여식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맬럭 교수는 이에 대해 “물론 (기사 작위가) 아니”라며 “그렇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유럽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사회민주당을 이끄는 지아니 피텔라 대표는 그가 유럽주재 미국 대사로 거론되는 데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맬럭 교수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 전 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맬럭 교수는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우리의 공통의 가치와 원칙을 향해 개인적·정치적 적개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맬럭 교수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강력한 지지자로 최근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유로존은 사실상 1년 아니면 1년 반 내 붕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반EU 발언을 쏟아 내 유럽 측의 반발을 샀다.

그는 트럼프 타워에서 심사 인터뷰를 했으며, EU 주재 미국 대사 지명자로 고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내 최다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 사회민주당, 자유당 대표는 최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맬럭의 임명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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