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대만에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10일 대만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 중요성을 이해한다면서, 종전과 마찬가지로 해당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금기를 깨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고 기존대로 ‘반(反)중국’ 행보를 지속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까지도 지켜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깰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자, 중국은 당황했지만 대만은 대미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 같은 사정 탓에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은 차이총통이 이끄는 대만에 실망스런 조처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대만은 특히 미국의 개입을 막아낸 중국의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대만 정부는 실망한 기색을 애써 감추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가 “대만과 미국과의 소통은 양호하다”며 “서로의 입장도 잘 알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진다.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인 대륙위원회는 “미국이 대만의 국가 방위에 대한 부분은 변함없다는 뜻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만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결정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모색해왔으나, 갑작스런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의 중국 존중 발언으로 인해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대만 내부에서도 친(親)중 세력의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인정 요구가 거세지는 한편 차이 총통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대만 독립파의 최고 지도자격인 펑밍민(彭明敏·93) 전 대만대 교수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요구하는 이면에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펑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은 여러개의 중국을 인정하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져있었을 것”이라면서 “지구 상에 중국이 몇 개든지 간에 대만은 중국의 통치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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