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외국산에 잠식당하던 국내산 먹거리들이 연이은 가축 질병에 타격을 받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탓에 국내산 축산물의 입지가 더 좁아지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 5일 이후 국내산 쇠고기의 매출이 줄고 수입산 매출은 늘었다.

이마트에서는 5~9일 전주 대비 국내산 쇠고기 매출이 19.6% 감소했다. 반면에 수입산 쇠고기 매출은 12.0% 늘었다.

아직 돼지 구제역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돼지고기 역시 수입산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같은 마트에서 수입산 돼지고기 매출 증가율은 16.9%로 국내산(5.7%)보다 높았다.

롯데마트에서도 이달(1~9일) 매출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국내산 돼지고기 매출은 줄었지만 수입산은 큰 폭으로 늘었다.

비교 대상 기간이 작년 설이어서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쇠고기도 수입산의 매출 감소율이 훨씬 낮다고 롯데마트 측은 설명했다.

수입 돼지고기는 작년 설과 비교해도 최근 판촉 행사 등에 힘입어 매출이 크게 늘었다.

구제역에 앞서 발생한 AI 사태로 들어온 수입 계란은 이미 동났다.

롯데마트는 미국산 계란을 지난달 23일부터 판매했는데 100t 물량이 지난 2일 모두 판매됐다.

GS슈퍼마켓에서는 지난 5~9일 국산 쇠고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수입산 쇠고기 매출은 5.3% 늘었다.

AI나 구제역이 걸린 가축은 유통되지 않고, 또 익혀 먹으면 안전하지만 막연한 불안감에 수입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제역 확산으로 수급이 불안정해져 가격마저 오르면 국내산 소비는 더 줄어들 수 있다.

구제역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돼 전국 86곳 가축시장이 잠정폐쇄되면서 한우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9일 한우 등심 평균 소비자가격은 1㎏에 7만8천17원으로 전날보다 2천85원 올랐다.

AI 사태로 공급이 줄어든 닭고기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9일 중품 1㎏에 5천531원으로 지난달 31일 4천890원 13.1% 올랐다.

대형마트 3사는 9일 자로 닭고기 가격을 일제히 6~8% 인상했다.

향후 구제역이 더 퍼지면 쇠고기 가격도 오를 수 있다.

돼지 구제역까지 발생하면 국산 먹거리 소비는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직 쇠고기 등의 공급에 문제는 없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아직 도축량이 줄어들고 있지는 않으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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