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재임 기간 중 대만 정보당국의 비자금을 받는 등 대만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중화권 언론들의 보도를 일축하고 나섰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28일 대만 중앙통신 회견에서 96년 양안전쟁 위기 당시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항공모함 2척을 대만 해협에 급파한 것은 분명히 미 정부의 독자적인 결정이었으며 어느 정부도 이에 간여하지 않았다고 강조, 일본 역할설을 부인했다.

 대만 및 홍콩 언론들은 최근 유출돼 대만 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국가안전국 기밀 문건을 인용, 리덩후이 전 총통이 집권 당시 미, 일 등과의 외교·군사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양국 고위층들에게 비밀 자금을 제공했으며 이들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대만 정부에 협력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대만의 한 언론은 하시모토 류타로 전 일본 총리와 아키야마 마사히로 전 일본 방위청 사무차관이 재임 또는 퇴임 후에 대만 당국의 비자금을 받았으며 96년 대만해협에 위기가 발생하자 당시 항공모함을 대만해협에 파견하도록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정부를 설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양안 해협에 두 차례 위기가 발생한 95~96년 국방장관이었던 페리 전 장관은 당시 미국이 일본과 정책 협의를 한 적은 있으나 일본측과의 회동은 단순히 항공모함파견 결정을 통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아키야마 차관도 대만 일간 중국시보 회견에서 퇴임 후 하버드대 연수시 대만 공작금 10만달러를 받았다는 언론들의 보도는 전혀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강조한 뒤 대만해협 위기 당시 미국은 항공모함 파견 문제를 놓고 일본과 상의 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의 한 아시아계 기자는 대만 국가안전국 기밀 문건 유출 배경을 놓고 중국 음모설과 대만 제2야당 친민당의 사주설 등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을 물고 늘어져 대만 독립 추진을 점차 가시화하기 위해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이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폐간된 홍콩의 시사 영자지 아시아 위크의 중국 담당을 지낸 이 기자는 리덩후이는 미국과 일본의 대중 편향 정책을 우려한 나머지 미·일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려고 기밀 문건 공개 등 공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중국 정부는 27일 18개월 전 공금 횡령 혐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잠적한 대만 국가안전국 소속 리우관쥔 전 대령을 중국이 받아들였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홍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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