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의 패배 원흉으로 비난받았던 바트만
작년 우승으로 재조명 열기에도 침묵 선택
흘러간 강 역류하려는 정치인 본받았으면

▲ 최건 변호사

시카고 컵스(Chicago Cubs)가 2016년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시카고라는 대도시를 연고지로 하는 컵스가 열정적인 야구팬과 구단의 상당한 경제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무려 108년 만에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마지막 우승은 1908년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염소의 저주’때문이라고도 했는데, 1945년 열성팬이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도중 염소를 데리고 왔다는 이유로 쫓겨나게 되자 그 사람이 “컵스는 염소를 입장시키지 않는 한 다시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다”고 저주를 퍼부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저주 탓인지 컵스는 1945년 이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도 못하였다.

물론 이후 우승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국내에서 메이저리그 붐이 불었던 2003년, 컵스는 우승후보로 분류됐다. 새미 소사, 모이세스 알루 등 강타선(신인이었던 최희섭도 가끔 출전했다)을 보유하고 있었고, 케리 우드, 마크 프라이어, 카를로스 잠브라노 등 강속구를 자랑하던 영건들도 있었다. 기대대로 컵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 당시 무적함대라 불리우던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쉽게 꺾고 내셔널리그 챔피언 시리즈에 올랐고, 그 시리즈에서도 플로리다 말린즈를 맞아 시리즈 성적 3승 2패로 앞서고 있었다. 시리즈를 끝낼 수 있던 6차전에서도 8회까지 3대0으로 앞서고 있었는데, 8회초 말린즈의 타자가 친 공이 파울라인 쪽으로 날라가자 ‘스티브 바트만’이라는 젊은 관중이 파울볼을 잡으려고 손을 뻗치는 바람에 좌익수가 잡지 못하고 파울로 선언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관중들은 야유를 퍼부었고 그는 경기장에서 쫓겨났다. 필자도 당시 새벽 시간에 국내에서 TV 중계로 그 장면을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잘 던지고 있던 컵스의 투수 프라이어는 무엇에라도 홀린듯 갑자기 난조를 보여 6점을 내주었고, 컵스는 6차전을 3대6으로 내주었다. 게다가 7차전까지 무기력하게 패배한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채 탈락하고 말았다(당시 월드 시리즈 우승은 말린즈가 차지했다).

바트만은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공은 분명 좌익수가 잡을 수 없었고, 그가 손을 뻗지 않았어도 파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풀이 대상이 필요했던 컵스 팬들은 그를 심하게 비난하였을 뿐 아니라 살인 협박을 하기도 하였다. 컵스 구단까지 리글리 필드에 당시 바트만의 자리를 기념석으로 지정하며 조롱했다. 그 후 바트만은 시카고 지역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면서 야구장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시카고 컵스가 2016년도 월드시리즈에 오르자 스티브 바트만이 재조명되기 시작했고 팬들 사이에서 그가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이 부각되었다. 팬들은 스티브 바트만을 초청하자며 온라인 모금을 하기도 하였고 컵스 구단 역시 우승 직후 그를 우승행사에도 초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지인을 통해 “자신도 우승을 기뻐하고 있으나 주위의 관심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새누리당 소속 모 전직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한 때 경선결과에 불복한 채 독자적으로 대선에 출마하였을 뿐 아니라 다음 선거에는 반대 진영에서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한동안 ‘○○○의 저주’라는 말이 유행 할 정도로 그는 현 여당 입장에서는 소위 ‘잃어버린 10년’을 있게 한 장본인이었다. 그런데 현 여당이 다시 10년의 세월을 잃어버리게 될 기미가 보이자 이번에는 자신이 그 정당의 대표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에게 스티브 바트만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최건 변호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