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과 청탁금지법에 따른 소비 부진, 구제역 확산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울산지역 한우사육농가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사료 가격과 운송비도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IMF 이후 최대위기라고도 한다. 가뜩이나 값싼 수입산에 밀려 고전해 온 한우농가의 생산기반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우농가는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한차례 직격탄을 맞았다. 한우 소비심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고급식당을 중심으로 한 주요 수요처가 문을 닫기 시작했고, 선물세트 판매도 부진, 급기야는 설 이후 울산지역의 도축물량이 반토막 났다. 기존에는 암소 한우 28개월선, 거세우 35개월선에 출하했지만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출하시기를 늦추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한계에 달했다는 하소연이다.

가격하락도 이어졌다. 지난 2015년 고점을 찍은 후 어느 정도 유지되던 소값이 김해도축장 거세한우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설 전 사이 20% 하락했다. 1000만원선이던 800㎏ 한우암소값이 두달 사이 750만~800만원대로 내린 것이다. 송아지값은 더욱 심각하다. 30~40% 가까이 급락했다. 머리, 꼬리, 족발, 껍질, 내장 뺀 지육가격도 지난해 11월22일 2만1392원에서 올해 2월8일 1만8740원으로 14% 하락했다.

반면 지난해 태풍으로 볏짚을 수확하지 못해 조사료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영남권 지역에서는 조사료를 구하지 못해 호남권서 들여오는데 운송비까지 치솟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산 조사료도 가격이 급등하기는 매 한가지다.

설상가상으로 가축시장이 폐쇄돼 거래 자체가 어렵다. 구제역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지난 9일부터 언양가축시장을 비롯한 전국 86곳의 가축시장이 잠정폐쇄된 것이다. 소비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사육비 부담은 늘어나는데 출하시기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자금난에 내몰리고 있다. 한우사육농가 지원을 위한 긴급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쇠고기 자급률은 40%대가 붕괴되면서 37.7%까지 내려갔다. 한우 사육농가의 약화된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울산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1755 농가에서 3만2133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당장은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도록 초동방역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고, 장단기적으로는 소 가격 불안정에 따른 농가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구제역의 여파가 돼지 사육농가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대책도 필요하다. 가뜩이나 빈약한 생산기반이 통째로 무너지지 않도록 울산시를 비롯해 구·군이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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