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와 자정 사이
달콤함과 웅성거림
고소함과 단단함
테이블과 흐느낌 사이

바삭,
부서질 수도
퉁퉁 불어터질 수도
분비물까지 뒤집어쓰면서

나는 쿠키입니다 불의 뜨거움으로 탄생한
나는 사랑입니다 그러니
울겠습니다

눈물도 없이

(중략)

이런, 또 사막에 놓일 줄이야
모래는 내 안에도 충분하다고!

▲ 엄계옥 시인

여기서 쿠키는 불의 자식이자 자아이다. 낮밤을 뜨겁게 살지만 사막을 벗어날 수 없는 게 삶이다. 인간의 혓바닥은 시인에 의해 무한 변신을 거듭한다. 이번엔 쿠키들의 접시라고 가정해보자. 빛마저 차단된 캄캄한 입 속의 쿠키, 그 안에선 쉬이 바삭, 무너진다. 침이라는 ‘오물을 잔득 뒤집어 쓴 채 퉁퉁 불어터진다. 때로는 여행용 가방 속에서 덜컹 거리면서 저며’지기도 한다. 삶이 애초에 사막 가운데로 난 길이란 걸 알았더라면 우리는 그처럼 뜨겁게 오늘을 살 수 있을까. 앞날은 푸를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교통량이 늘어난 안개 속에서도 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당도한 곳이 혓바늘 한가운데라니. 모래는 쉬이 무너진다. 생의 도정이 그러하니 눈물도 없이 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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