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무역전쟁의 다음 타깃은 중국이나 일본, 한국을 넘어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내다봤다.

이들 국가는 지금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릅뜬 눈을 피해왔지만, 대미무역흑자가 상대적으로 커서 앞으로 주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데 이어 중국과 일본, 한국의 무역정책을 공격하고 있고, 공화당은 모든 대미수출품에 국경조정세를 부과하는 세제개편안을 준비 중이어서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대미무역흑자가 많은 국가가 트럼프의 공격에 가장 취약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선봉에 선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내정자는 앞서 작년 9월 26일 트럼프 후보의 대선캠프 선임정책자문 시절 내놓은 정책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은 이유로 무역수지 적자와 불공정무역 관행 등을 지목한 바 있다.

데보라 엘름스 아시아무역센터 이사는 “아시아의 모든 국가는 대부분 미국에 많은 제품을 수출한다”면서 “무역적자는 언제든 트럼프가 화를 내거나, 트위터를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무역을 하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타깃으로, 대선캠페인 시절부터 징벌적 관세 부과와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작년 대미 무역흑자는 미국 상무부 집계 기준 3470억 달러로 전체의 46.2%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는 점에서 가장 큰 타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도 거론하면서 “통화 평가절하에 관해서는 내가 그동안 계속 불평을 해 왔는데, 우리는 곧 공평한 운동장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환율조작국 지정이 임박했거나 초강경 무역보복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지난해 대미무역흑자가 689억 달러로 2위인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시아에서 트럼프의 위협을 물리치기 위해 가장 애쓰는 지도자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 이후 2차례나 미국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 모두에 혜택을 주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해, 대일 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박을 강화할 뜻을 시사했다

지난해 대미무역흑자가 320억 달러로 전체 7위인 베트남은 TPP 발효로 미국과 무역관계가 공식화되기를 바랐다.

베트남의 니트제품, 가구, 침구 수출에 따른 대미무역흑자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베트남의 대미수출은 2010년 중국 공장들이 저임금을 찾아 베트남으로 대거 이주한 이후 2배로 증가했다.

트럼프는 2012년 발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일자리 킬러’라고 칭했고,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은 한국이 비관세장벽으로 한미FTA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무역흑자는 277억 달러로, 미국과의 교역에서 8번째로 많은 흑자를 낸 나라로 꼽혔다.

한국의 대미무역흑자는 80%가 자동차제조분야에서 났다고 미국 자동차정책위원회는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의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에 한미FTA의 이익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미무역흑자가 243억 달러로 전체 10위인 인도는 2005년 미국과 무역정책포럼을 발효한 이후 미국과 무역액이 29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인도는 IT서비스와 섬유, 보석 수출을 기반으로 대미무역흑자를 보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관계는 우호적인 편이다.

모디는 트럼프가 취임 후 5번째로 전화를 건 상대였고, 무역 얘기는 거론되지 않았다.

대미무역흑자가 248억 달러로 9위인 말레이시아는 2005년 6월부터 미국과 FTA 협상을 하다가 2009년 가자전쟁에서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항의한 이후 중단당했다.

말레이시아는 이후 TPP에 합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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