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의 이익만 내세우는 ‘조폭외교’에
생존본능심리로 강한지도자들이 득세
위험으로부터 국민 보호할 리더를 찾자

▲ 이동우 경주문화세계엑스포 사무총장 전언론인

“그는 조심하는 게 좋을 것.” 조폭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언사다. 이 위협적인 말은 이란대통령의 집회연설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응수한 말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10일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 혁명 기념집회에서 이란의 미사일발사에 대한 미국의 경고에 대해 “이란 국민에게 위협적 언사를 하면, 후회하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폭력배를 다루는 거친 경찰처럼 이란 대통령을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호주, 멕시코 등의 정상과 전화 통화하면서도 상대국과 체결한 합의를 무시하거나 과격하고 무례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날 트럼프 옆에서 미소 짓고 있던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미국이 세계경영에서 유럽을 제치고 일본을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로 삼는 것을 일본외교의 궁극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일본을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든 다음 인도, 호주까지 중국봉쇄의 망을 연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아베는 한국에 대해선 외교관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강공을 펴고 있다. 부산의 소녀상 설치문제로 소환한 주한일본대사를 한달이 넘도록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에나 있었던 나라간의 폭력적인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이다.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으면 미국의 혈맹으로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국의 원로 의원이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히틀러와 비교하며 강하게 비판하기에 이르렀을까. 트럼프에 뒤질세라 시진핑 중국도 ‘강한남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7년 신년사에서 다분히 트럼프를 의식한 듯 ‘중국을 건드리면 일전불사한다’는 식의 발표를 했다.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며 누가 어떠한 구실을 삼는다면 중국 인민은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분쟁중인 남중국해에서 미국이든 일본이든 계속 시비 수위를 높이면 ‘한판 붙을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 수위가 냉전이 끝난 이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시진핑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배치를 문제삼아 자국민의 한국관광까지 가로막는 거의 전시통제에 가까운 막무가내 압박을 망설이지 않는다.

거칠고 강한 리더로는 러시아의 푸틴을 빼놓을 수 없다. 시리아 내전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개입한 러시아는 미국에 버금가는 공군력으로 2차세계대전 때 썼던 무차별 융단폭격을 해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긴급소집될 정도였지만 눈도 까딱하지 않고 밀어부쳤다. 이런 푸틴이 사드문제를 놓고 중국을 뒤에서 거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약속이나 한것처럼 ‘강한남자’들이 권력을 잡고 ‘조폭외교’시대를 열자 신흥국들도 생존본능이 작용하면서 ‘강한리더’들이 득세하고 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마약사범 살상명령에 대해 당시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인권문제를 거론하자 “지옥에나 가라”고 일갈한 다음 전통적인 친미노선을 일거에 중국으로 틀어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도 자신의 철권 정치를 비판하는 EU(유럽연합)를 하루 아침에 등지고 러시아의 푸틴과 손잡고 중동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높이고 있다.

‘강한남자’들이 득세하는 배경에는 이런 살벌한 시대에는 ‘강한 지도자’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대중의 생존본능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천하대란’ 상황에서 한국은 지도력 공백상태가 길어지는 가운데 차기 지도자를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해답은 간단하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나라(안보)와 국민의 생존(경제) 2가지를 잘 지켜낼 수 있는 실력과 지도력을 갖추었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선택하면 된다.

이동우 경주문화세계엑스포 사무총장 전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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