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환 사회부 기자

법원이 경주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유례가 없는 일로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시대정신의 변화를 상징한다.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준 울산·경주의 지진이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밝힌 취소이유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주먹구구식 편법 승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운영변경 허가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 내용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허가 사항에 대해 원안위 과장이 전결로 처리됐고, 원안위 위원 2명은 법률상 결격 사유가 있고,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때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월성 1호기는 수명 연장을 10년으로 제한했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20~30년간 수명 연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지역사회 및 환경단체 등과 큰 갈등은 없다. 철저한 재가동 심의와 안전성이 검증된다면 10년이 아니라 20~30년까지도 가동해도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것이다.

원안위는 이번 판결로 원자력 규제기관으로서 신뢰를 잃었다. 나머지 국내 원전들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울산의 반핵단체들은 이미 공사가 진행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앞으로의 신규 원전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권 정치인들도 적극 가세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원전가동은 중단해야 하고 공정 80%의 원전 공사가 중단된 외국사례도 있다. 사실상 활성단층으로 판명난 양산단층 주변에 새울원전, 월성원전, 고리원전 등 국내 원전이 밀집해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1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 사업을 중단하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전기수급 대책없이 원전을 짓지 않으면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린다.

실질적으로 원전정책 변경이나 원전 건설 중단이 불가하다면 지진 방재 대책을 완벽하게 세우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규모 6.5~7.0의 강진을 견뎌낸다는 내진설계만 믿으라고 한다. 그러나 신뢰를 잃은 원안위의 말은 영 미덥지가 않다. 원안위는 추락한 신뢰성을 쇄신하고, 원전만큼은 안전하다는 믿음을 주길 기대한다.

최창환 사회부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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