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대로 장묘시설 등 제외
동물복지 개념, 인식의 전환 필요

▲ 성기창 학성동물병원 원장 수의학 박사

울산이 반려동물의 메카로 자리잡기 위한 반려동물 문화의 기반시설인 애견운동공원이 지자체 최초로 2012년 3월 남구 문수양궁장 옆에 설립되면서 울산을 중심으로 인근지역의 애견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우리나라의 애견놀이터나 애견운동장의 표준 모델로 제시되면서 울산이 전국의 반려동물문화를 선도해 가고 있다. 더 나아가 민선 6기 공약사업의 하나로, 반려동물문화센터가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할 수 있는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한 진일보한 시책으로 추진돼 왔다.

그간 예산 확보와 장소 결정 등 여러 가지의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공원조성계획 변경을 위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울산시는 90억원의 예산으로 북구 농소공원 1만8000㎡ 부지에 2000㎡의 규모로 2017년 8월 착공해 2018년 8월께 개관할 예정이다. 반려동물문화센터 설립의 목적은 유기동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반려동물문화를 정립해 시민의 정서함양, 생명존중의식 함양 및 펫 테마산업 등 산업기반 구축 여건의 토대 조성에 있다.

현재 유기동물 발생에 따른 관리에 예산이 수억원 소요되고 있어 유기동물보호소 설치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함으로써 예산 절감과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환경개선 등 동물복지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장묘시설이 없어 동물사체 처리의 문제점이 노출되는데, 반려동물사체는 가정에서는 현행법상 생활쓰레기로 처리해야 한다. 이는 정서적 문제와 배치되고 사설 장례업체를 이용하려면 많은 처리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운용하는 장묘시설에서 처리하게 된다면 반려인들의 비용 절감과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며 유기동물로 인한 생활환경 훼손, 공중보건 위협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반려동물문화센터 건립 목적인 사람과 반려동물을 통한 휴식과 정서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것에 상반되는 유기동물보호시설, 장묘시설 등은 제외하고 설치한다고 한다. 이는 반려동물문화센터 건립의 근본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유기동물보호소나 장묘시설을 지역주민들이 기피시설로 반대해 지역주민을 설득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혐오시설을 제외하고 선별적으로 설치한다면 결국 행정편의주의에 그치는 것으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의 유기동물보호소는 단순히 유기동물을 관리하는 시설로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유기동물보호시설이 기존의 시설과 관리의 개념에서 생각한다면 혐오시설이며 기피시설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보니 유기동물보호소가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들의 주장은, 혐오시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반발이 집단 이기주의적 측면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고 지역의 특징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시설과 건축물을 조성해 관리한다는 생각을 갖고 접근하여 유기동물보호시설을 동물복지시설의 개념에서 혁신적 사고를 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유기동물보호소를 단순히 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시설이 아니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동물복지센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시설을 봤을 때 과연 혐오시설로 볼 것인지, 그들은 우리의 유기동물보호소와 대조적으로 시설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이제 시대적 요구와 그에 상응하는 동물복지센터를 만들어 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쾌적한 환경에서 시민들에게 생명존중 교육과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관리의 혁신이 필요하다. 선진국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결정권자의 의지 즉, 동물의 복지와 사람들의 복지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반려동물문화센터 건립이 진정 동물복지를 염두에 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반려동물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동물복지센터와 함께 한다면 울산의 애견운동공원처럼 우리나라의 동물복지의 표준적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당초 시민들이 열망하는 반려동물문화센터가 자칫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반려동물 문화정착의 본질을 벗어난 전시행정이 되지 않길 바란다.

성기창 학성동물병원 원장 수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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