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치부장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동심초

여기저기서 매화가 피었다는 화신(花信)이 날아들고 있다. 조선 여인들은 꽃이 피면 슬퍼진다. 세상은 황홀하게 아름다운데 떠나간 님은 소식조차 없기 때문이다. 조선 여인들의 가장 애달픈 노래 중의 하나가 ‘동심초(同心草)’다. 곡과 가사가 절묘하게 조화된 명곡 중의 명곡이다. 이 가사는 당대(唐代)의 기생이자 여류시인인 설도(薛濤)의 시 ‘춘망사(春望詞)’의 일부를 김소월의 스승 김억이 번역한 것이다. 번역된 부분은 전체 4수 중 3번째 수다.

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不結同心人(불결동심인)/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동심초는 풀 이름이 아니다. 동심결(同心結·사진)이라는 매듭이 있는데, 이 매듭처럼 서로 헤어지지 못하게 ‘정인(情人)을 묶어놓으면’(結同心人) 좋으련만 님은 멀리 있어 ‘한갖되이 풀잎만 묶는다’(空結同心草)는 의미다. 설도는 우리나라의 황진이와 같은 존재다. 수백년 앞서 살다 갔지만 님을 그리는 애틋함은 비슷하다. 설도의 춘망사는 감찰어사 원진(元縝)을 그리워하면서 읊은 시다. 황진이로 치면 소세양이나 이사종 쯤 된다 하겠다. 황진이는 이사종을 그리워하며 이 시를 읊었다.

동짓날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룬님 오신날 밤이어든 구뷔구뷔 펴리라

봄빛은 짙어지는데, 정치는 어지럽기만 하다. 중국 전한(前漢)시대 황제의 후궁이자 중국 4대 미인 중 한명인 왕소군(王昭君)은 흉노족 우두머리에게 시집보내어져 이렇게 읊었다.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네(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이재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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