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환 대상’ 전제로 조사 진행…소송전 대비해 신중 처리

덴마크 검찰은 내주 초 한국 특검으로부터 범죄인 인도(송환) 요구를 받은 정유라씨에 대한 송환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정 씨는 지난달 1일 덴마크 북부 도시 올보르 인근에서 덴마크 경찰에 체포돼 이날까지 45일째 올보르 구치소에 수감된 가운데 검찰로부터 덴마크법상 송환 대상에 해당하는지 조사를 받아왔다.

앞서 덴마크 법원은 정 씨의 도주 가능성을 우려해 두 차례 구금기간 연장을 결정, 정씨를 오는 22일 오전 9시까지 구금하도록 했다.

검찰은 정씨의 구금 시한을 감안해 오는 20일이나 21일께 정 씨 신병처리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그동안 한국 특검이 보내온 범죄인 인도요구서에 적시된 정 씨 혐의와, 정 씨에 대한 대면조사 결과, 한국 특검에 요구해 받은 추가 자료 등을 토대로 정 씨가 송환대상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왔다.

정 씨는 한국 특검으로부터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점특혜, 불법자금 유출 및 돈세탁, 삼성의 승마지원을 빌미로 한 제3자 뇌물 연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사실상 정 씨가 덴마크법상 송환 대상에 해당한다는 입장 아래 정 씨를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열린 정 씨 구금재연장 심리에서 검찰측은 “정 씨에 대한 구금 재연장 요청은 송환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당시 심리에서 검찰과 정 씨 변호인이 정 씨가 송환 대상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자 담당 판사가 사견을 전제로 ‘정 씨가 송환 요건에 해당한다’면서 검찰의 손을 들어주고 구금재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덴마크 검찰은 내주 초 정씨의 한국 송환을 공식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검찰은 정 씨가 송환 결정에 반발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소송에서 송환 결정이 뒤집히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느라 정 씨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주 초 검찰이 송환 결정을 내리지 않고 추가 조사를 위해 법원에 정 씨 구금연장을 한 차례 더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씨는 덴마크 검찰이 자신의 한국 송환을 결정하면 이에 불복, 3일 이내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법정싸움을 벌이며 장기전에 들어갈 태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정씨의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 송환 거부에 대한 입장이 더 강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씨 변호인은 법원에서 소송이 시작되면 정 씨가 특검이 제기한 혐의와는 무관하며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테 마틴 블링켄베르 변호사는 지난 30일 구금재연장 심리에서 정 씨에게 여러 혐의를 제기한 한국 특검이 특정 정당의 추천으로 임명됐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했다.

아울러 정씨 변호인은 정 씨가 21개월된 어린 아들을 가진 엄마라는 점을 내세워 정 씨가 한국으로 강제송환돼 구속됨으로써 어린 아들과 엄마가 떨어져서 살도록 해서는 안된다며 인도주의에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 씨 송환 문제가 소송전으로 이어질 경우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특검의 활동 시한이 이달 말로 종료되는 데다가 한 차례 연장되더라도 내달 말이면 완전 종료하게 돼 정 씨가 송환을 거부하고 계속 버티면 특검의 정 씨 관련 수사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덴마크 검찰은 정 씨가 송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정 씨의 도주 가능성에 대비, 정 씨의 신병을 계속 확보한 가운데 소송을 진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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