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다양한 정보의 바다
책과 더불어 ‘100세 시대’ 대비
부모가 읽어야 아이도 습관화

▲ 김의창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책에 관심이 많아 도서전이나 대형 서점을 자주 찾는다. 지난해 여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한 적이 있다. 많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책들을 열람하고, 구입하는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자긍심도 느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의 장르에 대한 호응도가 너무 편협적이다. 대부분 부모들은 아이들을 동반하는데, 자신들의 책을 고르는 데는 관심이 없고 아동도서 부스에만 눈길을 준다.

몇 해 전만 해도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지하철을 타면 신문을 읽고 있는 시민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지하철 선반에는 읽다 버린 신문들로 넘쳐나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골머리를 썩을 때도 있었다. 많은 무가지(無價紙)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허기진 지식 욕구를 채워줄 때도 있었다. 최근의 지하철 풍경은 어떤가? 지하철에 앉아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모 일간지에서 퓨리서치센터의 조사를 인용, 미국인 독서 실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낮고, 학력이 낮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책을 덜 읽는다. 연 소득 3만달러 이상인 사람 중 1년에 단 한권도 책을 읽지 않은 비율은 17%였고, 연소득 3만달러 이하인 계층은 33%가 읽지 않았다. 연령 기준으로 50세 이하인 사람 중에는 23%가 1년에 한권의 책도 읽지 않았지만 50세 이상인 경우 29%가 책을 읽지 않았다. 대학 재학 이상의 성인들은 13%가 책을 읽지 않았지만 고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지닌 사람 중 40%가 독서활동을 하지 않았다. 초중고에 다닐 때 많은 책을 읽은 학생들이 성적도 좋다는 명확한 통계자료도 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고향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여러분들이 어른이 돼 펼칠 세상을 밝게 하는 건 텔레비전이 아니라 책입니다”라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평균 200~300권을 읽었고 재임 중에도 연간 60~100권의 책을 읽었다”고 밝혔고, 세계적 투자가인 워런 버핏과 존 템플턴 등은 ‘읽기 중독증 환자’라고 한다. 실제로 워런 버핏은 평균적인 사람보다 5배 이상의 독서를 하고, 템플턴도 좋은 투자자가 되려면 자신을 ‘살아있는 도서관’으로 만들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철학, 경제학, 정치학 등 다양한 독서를 통해 훗날 격조 높은 문장과 연설문을 남겼고, <세계의 위기> <제2차 세계대전> 등을 저술해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로 백신을 개발한 안철수 국회의원 등 유명 인사들의 취미가 독서라는 분들이 많다. 독서를 통해서 다양한 지식이 융합된 창의성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지만 주로 책이나 신문 등 활자 미디어를 통해 인생과 경영 그리고 정치의 법칙을 읽어낸다. 같은 시간과 노력을 했음에도 최고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은 반드시 무언가 읽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학교에 있는 관계로 방송출연, 신문기고 그리고 전공 책을 출판하기도 한다. 가장 부담 없이 글을 쓰는 일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이다. 인터넷 대부분의 글들은 검증되지 않은 잡 글들이 많다. 라디오 방송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한번 방송이 되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 기고와 전공 책을 출판할 때는 심혈을 기울인다. 영원히 활자로 남아 진실과 검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책은 최고 전문가나 당대의 대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자신의 지식과 사상을 표출하는 공간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위대한 대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1등과 2등 국가의 차이는 활자문화의 성숙도라고도 한다. 인생에서 마주칠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삶의 지혜도, 정보홍수 시대에 정제된 정보도 책에 있다. 전공서적만이 아닌 다양한 책들을 섭렵해야 한다. 특히 100세 시대에 살아갈 어른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 어른들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할 수 있겠는가?

김의창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