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옹기에 담긴 그림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작품이다. 내 삶과 무관해 보이지만 이미 내 삶 속의 풍경이 되어 있다.

옹기에 문양을 시문하는 이유는 뭘까. 문양은 기능적으로 잿물의 두께를 가늠하는 역할을 한다. 그와 함께 문양을 통해 미적인 감각이 반영되므로 장식성과 상징성이라는 큰 의미도 부여된다. 그러므로 어떤 문양을 어떤 목적으로 어떤 패턴에 따라 그리는가에 따라 분명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작업이 된다. 즉 창조의식이 반영된 활동의 시작인 셈이다.

옹기에 담긴 문양의 시문은 잿물이 마르기 전에 손가락을 활용한다. 이러한 작업을 ‘환을 친다’라고 한다. 환치기는 주변 환경을 소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특정 물체의 형태를 본뜨기도 한다. 혹은 장인의 사고가 그대로 반영되어 특정한 그림이 들어가기도 한다. 손 가는 대로 단숨에 그린 듯한 선그림으로 호방한 멋을 드러내기도 한다.

▲ 풀꽃문저장옹기

이는 옹기가 생산된 지역의 주변 환경이나 제작배경 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장인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옹기에 나타난 문양을 통해 우리는 선조들의 삶의 방식과 그들의 유연했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사고와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여러 활동에 임하지만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밟게 되면서부터는 점점 획일화된 목표를 가지고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식의 세계가 확장될수록 우리는 다양한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은 오히려 점점 기계화 되어가는 셈이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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