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가 돌던 해
또래 중 혼자 살아남은 계집아이
곰보라는 놀림에 눈이 붓도록 울었다
엄마는 말했다
울지마라 곰보자국은 하나님이 널 살려주신 증거란다

내 몸에도 증거가 있다
벼랑에서 굴러 이마에 찍힌 2㎝ 흉터
앞머리로 가린
죽음이 스쳐간 아찔한 흔적

제왕절개로 아랫배에 달라붙은
지네발도 숨겼다
아이가 살아난 그 자리를 축소하고 싶었지만,

신은 그때그때
몸에 도장을 찍어 확실한 증거를 남기셨다

▲ 엄계옥 시인

누구나 몸에 한두 개쯤 흉터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신이 새긴 도장이다. 흉터는 아날로그 형태로 살아 그날을 산다. 살다보면 아찔하던 순간은 한두 번이 아니다. 죽음까지 갔다가 돌아오기가 부지기수다. 머리에 도장만한 흉터가 하나 있다. 태어나던 해 강아지를 잃어버릴까봐 아기가 자는 방안에 강아지를 함께 두고 가는 바람에 생긴 흉터다. 강아지는 달짝지근한 아기 냄새에 이끌려 다가갔다가 아기 머리에 난 부스럼을 발견하고 핥았을 터. 식구들이 발견 했을 때 아기 머리는 상처로 얼룩졌다고. 이 시에서처럼 죽음이 다녀간 흔적으로 남았다. 우리는 유한한 목숨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죽음과의 대적이다. 그 과정에서 흉터는 예고도 없이 찰나에 새겨진다. 그러니 하루를 기적처럼 살되 늘 몸조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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