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근 서울대 교수 ‘가 보지 않은 길’ 출간 간담회서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 대처 기업·시민사회 역할 강조

▲ 14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에서 송호근 서울대교수의 ‘가 보지 않은 길’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울산공장이 지금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단순 육체노동이 결합이라 유래없이 모순적인 생산시스템으로 버텨왔지만, 노사 간의 극단적 충돌과 고비용·저생산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오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나아가 현대차 문제 해소방안과 관련, 국가는 능력을 잃은 만큼 기업과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노동사회학을 전공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4일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회관에서 현대자동차의 성장 동력과 한계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한 책 ‘가 보지 않은 길’(나남 펴냄) 출간 기념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진단했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더듬어보기 위한 일종의 현장 보고서다. 지난해 1월부터 현대차 국내외 공장을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현대자동차 관련 임직원 5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송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현대자동차가 있는 울산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산업도시입니다. 그런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유례가 없는 엄청난 모순으로 가득 차 있어요. 우리가 어떤 길에서 헤매고 있는가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발간취지를 밝혔다

송 교수는 이 책에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생산시스템을 ‘기술주도적 포디즘’으로 규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단순 육체노동이 결합한 모순적 형태라는 것이다.

그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기술주도적 포디즘’이라는 모순적 체제에 봉착한 이유를 노사 간의 극단적 충돌에서 찾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1999년 대량해고 사태를 겪으면서 작업장의 주도권이 경영자에서 노동조합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노조는 사측의 주요 결정에 완강하게 저항하고 사측은 충돌을 회피하면서 배타적이고 기형적인 시스템이 완성됐다는게 그의 진단이다.

“울산공장 노조의 관심사는 더 많은 보상, 더 적은 근로시간, 더 긴 정년밖에 없다. 공장에서는 단순 노동자지만 밖에서는 중산층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더 작업장 내부 문제에만 집중한 결과 최첨단 기술을 가장 단순한 노동과 결합시켜 단순 노동임에도 고임금이 가능한 구조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고임금 구조에도 낮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생산성 문제도 비판했다.

그는 “울산공장에 가면 갖가지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있다. 노동자들이 지금 받는 보수만큼 생산성을 갖추지 못한다. 외국에 있는 공장과 아산, 전주에 있는 공장의 생산성을 편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경영, 노동 양측의 실수와 오류로 현대차가 지금까지 어느 정도 버텨왔지만, 인공지능(AI) 등으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고 우려했다.

송 교수는 현대차 문제 해소방안과 관련, 국가는 능력을 잃었고 기업과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와 관련, 우수 기술인력에게 이사급 대우를 해주는 기능장 제도의 부활 같은, 월급과 정년 외 별개의 목표를 제시하는 조직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일반 시민과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현대자동차에 대해 생각하고 평가하는 바를 안으로 주입해야 한다”면서 “이는 비단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직원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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