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권 혈통이란 자체가 위협”·“김정은, 편집증 가까운 불안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각국 언론과 북한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이번 사건을 조명하고 있다.

중국과 가까웠던 김정남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떠오르자 제거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김정남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나 김정은이 스스로 불안감을 느껴 편집증적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전문가들 분석을 인용해 ‘개혁 성향의 (북한) 왕조 구성원을 제거하기 위한 일종의 작전’인 것으로 해석했다.

리즈대학 북한학 전문가 애덤 캐서카트는 “김정남은 (북한의) 대안적 길을 나타내는 인물”이라며 “북한이 수년 전 외부세계로의 개방과 개혁, 집단 지도체제 같은 것을 이룰 수도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사일 도발로 중국 지도자들의 화를 돋운 김정은이 자신을 대체할 인물로 김정남을 지원할 가능성을 우려해 이번 사건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터프츠대학의 북한 전문가 이성윤은 이 신문에 “김정남은 베이징이 선호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이는 언젠가는 중국 공산당이 김정은(정권)을 전복하고 김정남을 세울지도 모른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데니스 윌더 전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도 “김정은이 오래전부터 김정남을 암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그로서는 북한 사회의 엘리트층을 향해 ’자신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확신시켜 주고 싶어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호주 ABC뉴스는 이번 사건을 ‘제임스 본드(007) 스타일의 암살작전’으로 칭한 에이든 포스터 카터 리즈대 교수의 말과 함께 ‘백두혈통’의 장자로서 존재 자체가 김정은에게는 위협이 됐을 수 있다는 시각을 전했다.

레오니드 페트로프 ANU대 교수도 이 매체에 “김정남은 권력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장자 상속 원칙이 남아있는 북한의 성격에 비춰보면 형제들 사이에 피의 다툼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김정은의 평판에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구재회 소장도 NYT에 “김정남이 북한 체제나 그의 가족 구성원들에게 타협책을 제시할 만한 과감한 무언가를 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추정을 전했다.

구 소장은 이어 “북한 정권의 속성을 보면 김정남이 혈통 관계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김정은의 심리 상태에 주목하면서 자신의 ‘강력한 권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라 나왔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분석가 안위타 바스는 WSJ에 “김정은이 점점 자신의 위치에 대해 자신감에 차 넘치면서 ’이런 류의 처형‘을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게 된 것이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며 “이 젊은 지도자가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대니얼 모건 아카데미의 북한 전문가 조지프 디트레이니는 FT에 “이것(김정은의 김정남 암살)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이 매우 불안한 상황, 편집증적 상태에 다가서고 있다는 추가적 신호”라고 진단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국제사회의 대북 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략이 불확실하고 한국의 국내 정치도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리더가 대북 접근을 원하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CIA 출신의 또 다른 분석가 크리스 존슨은 “(이 사건은) 미국의 대북 핵 문제 접근법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트럼프가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북핵 문제를 잡아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사건의 모티브를 재구성하면서 범행 장소가 왜 말레이시아 공항으로 선택됐는지 색다르게 풀이했다.

김정남이 지난 수년간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아왔는데 말레이시아와 중국 영토(마카오) 사이에는 아무래도 ‘보안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남이 오랫동안 베이징, 마카오 등에 거주하면서 ‘중국의 정보 소스’로 활동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