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음악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오페라와 오라토리오가 있다.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의 공통점은 소설 등의 문학작품을 대본으로 만들어 노래를 중심으로 극화한 것이다. 말에 가까운 레치타티보(서창), 다른 상대역과 대화하듯 주고받는 중창, 아름답고 서정적인 독창의 아리아 등으로 나누어 작곡을 한다. 합창단이 함께 나오기도 하고, 합창단만 나오는 합창곡도 있다.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의 차이점은 크게 무대장치에서 나타난다. 오페라에서는 집은 물론 침실, 전쟁터 등 모든 상황을 무대 위에 꾸며놓는다. 여러 역을 맡은 주인공과 조연, 그리고 연기만 하는 연기자도 출연할 수 있다. 여기에 발레곡도 포함된 오페라에서는 발레단이 출연하여 오페라 무대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기도 한다.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아이다’의 경우 합창단이 개선행진곡을 부를 때 전쟁에서 이긴 장군들이 말을 타고 등장하는 장면에서 실제 말을 출연시켜 긴박감과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오라토리오도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주역을 맡은 독창자와 중창, 합창단이 등장한다. 문학작품이나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본가가 대본을 쓰고 그 대본을 바탕으로 작곡가가 곡을 쓴다. 그러나 오페라처럼 무대장치나 의상, 조명 등이 거의 없고 연주회 형태로 연주만 해나간다.

따라서 극적인 내용이나 구성 등은 오페라와 오라토리오가 거의 흡사하나 연주를 위한 준비나 비용 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난다. 오페라 비용의 10%정도면 오라토리오 공연이 가능하다.

오라토리오의 백미는 헨델이 작곡한 ‘메시아’가 꼽힌다. ‘메시아’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고 제일 유명한 오라토리오라고 일컬어진다. 본래 헨델은 바로크시기에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했고 돈도 많이 벌었으나 결국 오페라 때문에 파산하고 빚쟁이에 쫓겨 숨어 지내다가 친구가 들고 온 오라토리오 대본을 보고는 영감을 얻어 식음을 전폐하고 ‘메시아’를 작곡했다. 그리고 오라토리오를 성공시켜 요즘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만약 헨델이 또다시 오페라로 승부를 걸었다면 아무도 그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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