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나 독침 이용한 독극물 테러
국정원장이 밝힌 사건 전모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이번 암살이 5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됐으며, 정찰총국을 비롯한 북한 정보당국이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다음은 이 원장의 정보위 보고를 토대로 재구성한 김정남 암살 사건의 전모.

◇ 女 2인조 범행 후 도주중

사건이 벌어진 것은 현지시간 13일 오전 9시께 말레이시아 공항(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김정남이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 줄을 서고 있을 때 2명의 젊은 여성이 그에게 접근했다.

국정원은 이들을 ‘아시아계 여성’이라고만 표현하고 북한 공작원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국회 정보위원들은 전형적인 북한 공작원들의 수법이라는 이유로 ‘북한인’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김정남의 신체를 접촉한 이후 김정남은 공항 카운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공항으로부터 30여분 거리에 있는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사망했다. 한 여성이 김정남의 신체를 접촉하는 장면은 공항 CCTV를 통해 확인됐다.

구체적인 신원과 사망원인은 부검을 통해 확인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독극물 테러’에 의한 사망이 유력 원인으로 추정된다. 잠깐의 접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독극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스프레이, 주사기, 독침 등 여러가지 무기가 거론된다.

◇ 구명편지에도 집요한 암살 시도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였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2012년 초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한 번 있었고, 김정남은 같은 해 4월 이복동생인 김정은에게 자신과 가족을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의 서신까지 보냈다.

김정남은 ‘응징명령 취소 선처 요망’이라는 서신에서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하기 바란다. 저희는 갈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도망갈 길은 자살뿐임을 잘 알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서신에는 “권력에 전혀 욕심이 없다”고 해명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찰총국을 비롯한 북한 정보당국은 지속적으로 암살 기회를 엿보면서 오랫동안 준비해오다 5년 만에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 왜 죽였나

국제 여론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것은 그가 북한 정권에 실질적인 위협이라서가 아니라 김정은 개인의 성격 때문이라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이 원장은 “김정남이 자신의 통치에 위협이 된다고 하는 계산적 행동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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