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오일허브 항만’울산의 꿈은
찔끔예산·투자유치 실패로 번번이 차질
석대법 통과로 다시 불씨…기대감 높다

▲ 김창식 경제부장

산업도시 울산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로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이 추진되면서 ‘세계 4대 오일허브 항만’의 꿈에 한껏 부풀었다. 울산신항 1단계 북항지구와 2단계 남항지구에 대규모 유류 저장시설, 접안시설과 배후부지 등 부속 설비를 갖추면 자동차·조석·정유석유학에 이어 미래 먹거리 산업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오일허브 구축시 2060년까지 44조4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36만60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신뢰성을 더했다. 지역사회는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오일허브와 금융도시, 국제 물류중심도시 울산을 꿈꿨다.

이처럼 기대를 모았던 울산 오일허브는 10년이 지난 현재 사업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추진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북항지구에 방파제·부두를 조성하는 1단계 하부공사만 상반기 마무리될 예정일뿐, 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하는 상부공사(액체화물 저장시설)는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착공은커녕 진행 자체가 스톱상태다. 2018년 완공 목표를 또다시 늦춰 잡아야할 판이다.

국책사업임에도 외국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지못한 게 타격이 컸다. 세계 최대 탱크터미널회사인 보팍이 2015년 초 투자의사를 철회한데 이어 중국 국영석유회사까지 투자를 접어 국제적으로 사업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수익성 부족이 투자철회의 이유였다. 석유공사는 투자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부랴부랴 북항사업의 탱크저장용량과 공사금을 대폭 축소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 여파로 2단계 남항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울산 오일허브 사업은 그동안 찔금 예산확보, 고무줄 늘리기식 사업기간(당초 사업기간 2011~2020년·운영기간 2016년~2060년) 연장, 투자자 확보 실패, 관련 법 개정 미비 등으로 번번히 정상 궤도를 이탈한 상태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국회에서 표류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이 최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 및 산통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석대법은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하고 종합보세구역 내에서 석유제품의 혼합 및 제조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동북아오일허브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법안이다. 지난 2014년 정부안으로 제출된 이후 산업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되지 못한채 계류되다가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바 있다.

석대법 통과는 추진력을 잃은 울산 오일허브 사업이 다시 힘을 받을수 있는 새 동력이 될수 있다. 보세구역인 저장시설에서 간단한 장비를 이용해 석유제품을 혼합, 다양한 유종과 성상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트레이더(석유중개인) 유치가 가능해진다. 트레이더가 들어서면 관련 석유거래소 유치, 연관 금융 및 물류서비스 산업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도 있다.

나아가 투자자를 찾지 못해 지지부진한 북항 상부사업 전담 합작법인 출범의 물꼬를 틀수 있고,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2단계 남항사업 사업에도 긍정적 역할을 미칠수 있다. 다만 석대법이 해당 상임위 벽을 넘었다고 해도 국회 본회의의 통과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정치 주도권을 잡은 야당 일각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울산 오일허브사업은 주력산업이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미를 보이며 위기에 빠진 울산에겐 죽느냐 사느냐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숙원사업이다. 3대 제조업 외에 이렇다할 성장 동력을 찾지못하는 울산경제가 다시한번 도약하는 새 동력이 될수 있다. 울산 정치권과 지도자들은 석대법 통과에 사명감을 갖고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일허브가 꺼져가는 울산경제에 다시 희망의 불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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