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의 성격을 ‘첨단 현대미술관’으로 정했다. ‘첨단’에 방점을 둔다면 다른 도시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미술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안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우리나라에서도 뒤늦게 출범하는 공공미술관이기 때문에 회화나 조각 등 전통적 미술로 주목을 끌기는 어렵다. 전통적 미술이 대중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있겠으나 관람객의 기대치를 만족시킬만한 이름난 값비싼 작품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적 여건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첨단현대미술이라 하면 정보통신과 예술이 접목된 디지털아트(digital art)를 꼽을 수 있다. 조금 더 넓게 보면 멀티미디어아트, 비디오아트, 레이저아트 등 아날로그적 표현방법도 포함할 수 있다. 첨단현대미술관으로 그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국내외 유명 작품을 확보하고 기획전을 다채롭게 펼친다면 머지않아 특색있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도시인 울산의 성향에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중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미술에 무관심한 대중들은 물론이고 인상주의 작품에 길들여진 많은 미술애호가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때문에 개관전부터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소장 작품을 건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 과제다. 미술관 건물에서부터 정체성을 드러내는 디지털미술관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3년간 150억원을 들여 100여점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구매작품 중 개관전에 구매한 작품들은 반드시 건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수천~수억원짜리 작품들이 수장고에 처박혀 있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의 대표 소장작들은 건축과 함께 제작, 설치됐다. 외국 관람객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수영장프로젝트는 말할 것도 없고 내부 전시장을 구분하는 벽면이나 복도의 장식도 대부분 이 미술관이 자랑하는 소장작품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미술을 좋아하지 않는 일반 주민들도 호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람료를 지불해야만 들어갈 수 있고, 조용하게 작품감상만 해야 하는 엄숙한 미술관이 아니라 예술적 분위기 속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휴식도 취하고, 쇼핑도 하는 문화공간 말이다. 어떤 목적이든 미술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도시의 품격이 높아진다.

또 한가지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미술관이 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첨단현대미술의 대표적 특징이 작가와 관람객의 쌍방향성(interactive)이듯 지역주민들과의 공감대는 미술관의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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