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심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과 임직원 급여반납, 과잉설비에 대한 조정 등 2조원 규모의 혹독한 경영합리화로 4분기 연속흑자에 성공한 현대중공업이 ‘사업분리’라는 또 한번의 고비를 맞고 있다. 독립경영 체제로 경쟁력을 회복한다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지만 자칫 내홍에 휩싸일 경우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기에 그 어느 때보다 노사 상생의 정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선박 건조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사업을 하나로 묶고, 비조선 사업 부분을 나눠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 오는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이 만만찮다. 분사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15일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금속노조와 함께 ‘구조조정 저지 금속노조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를 가지는 등 실력행사로 맞서고 있다. 노조는 또 22일 4시간 부분파업, 23, 24, 27일 전면파업도 예고했다. 노조는 ‘회사 분할이 경영 정상화가 아닌 노조 약화와 3세 경영 체계 구축의 신호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사업분리는 고도의 경영상 결단으로 노조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며 단체교섭 대상도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사측은 소식지를 통해 “모두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일 뿐 아니라 “자구계획 실천이라는 채권단과의 약속 이행,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고용 안정성 제고, 정부가 규제하는 순환출자구조 해소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그룹의 재도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 및 근로조건과 관련해서는 상법상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는 분할계획서에 따라 100% 승계하겠다는 것이 회사측의 분명한 입장이다. 물론 분사 구조조정에 의한 전출명령이나 희망퇴직 모집으로 근로자들의 고용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전직 등은 직원의 동의를 전제로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믿음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본사를 둔 유일한 대기업이다. 조선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의 재도약은 시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다. 인위적 감축 없이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시장의 변화에 적응,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측의 노력에 노조도 힘을 보태겠다는 전향적 검토를 해야 한다. 회사측도 더 진정성을 갖고 노조를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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