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진지한 반성·사과도 없다”

▲ 지난해 제주시의 한 성당에서 홀로 기도를 하고 있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중국인 천궈루이가 16일 오후 자신의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제주지법으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제주시의 한 성당에서 홀로 기도하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중국인이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국인 천궈루이(51)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고와 경위로 피해자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았다”며 “진지한 반성이 없고, 사과의 뜻도 보이지 않아 이같이 판시했다”고 밝혔다.

또 “범행에 앞서 이틀간 집요하게 사전답사까지 하며 계획적이고 치밀한 면모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신감정 결과 5∼6년 전부터 피고인이 정신병을 앓았고, 범행 당시 망상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고 말했다.

재판장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던 천씨는 형을 선고받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다 ‘억!’소리를 내며 쓰러진 뒤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드러누웠다.

천씨는 지난해 9월 17일 오전 8시 45분께 제주시 모 성당에서 기도 중인 김모(61·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천씨의 범행으로 중상을 입은 김 씨는 병원 치료를 받다가 다음 날인 18일 오전 다발성 자창(흉기에 의한 상처)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졌다.

천씨는 사건 발생 전날부터 해당 성당을 여러 차례 답사했고, 범행을 저지른 뒤 바로 서귀포로 도주해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그러나 성당에 침입한 뒤 3분이 지나 다급하게 달아나는 모습이 성당 주변을 비추던 폐쇄회로(CC)TV에 찍히면서 천씨는 사건 발생 7시간 만에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당시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를 폐지하자는 청원운동이 일어났고, 만 하루 만에 서명자가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국내 반(反)감정이 극에 달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검찰은 천씨를 조사하면서 결혼생활 파탄과 생계유지 곤란 등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에 대한 불만과 이탈 욕구가 천씨의 범행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천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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